김oo / undefined
2004.08.23피는 과연 물보다 진한가?
- 언어(Language) : 영어
- 봉사일자(date) : 2004. 8.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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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피는 물보다 더 진한가?
주일이라 교회에서 조용히 예배를 드리는 시각인 2004년 8월 22일(일) 11시 35분 갑자기 울리는 나의 핸드폰 소리! 긴급전화라 예측하며 조용히 밖에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들리는 영어를 쓰는 외국인의 목소리... BBB회원이 아니라면 혼선이라 생각하겠지만 통역봉사요원으로서 별로 당황없이 수신하였고 신경써서 귀를 경청하며 들었다.
한국말을 전혀 인지못하는 Camp Stanley(의정부 용현동 소재) 주한미군 Allen하사(E-6, SSG)라는 사람인데 한국에 이미 2번째 지원해 와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그는 친형의 근황을 알고 싶고 어머니의 안부를 물으며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일단 처음부터 느낌이 착한 미군이라는 인상이 들어왔다.
잠시 후 통화 한 어머니(의정부 소재)를 통해 상세한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즉, 3남매 중 막내인 Allen하사는 태어난지 2개월만에 도저히 키울 수 없어서 미국에 현지입양(adoption)된 뒤 계속 미국에서 양육된 상태이고 딸의 행방은 잘 알 수 없으며 큰 아들은 현재 인천에서 정비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영어를 거의 할 줄 모르며 서로간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통역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 말씀이 Allen하사(어머니는 그 미군병사의 계급을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게 전달하여 그 병사가 인천에서 소송 및 사업관계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큰 아들을 좀 도와달라고 부탁해 달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도움의 내용으로는 2,000만원의 금액을 무상으로 큰형한테 주라는 것인 바, 이를 통역하면서 lend or borrow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give라는 단어로 통역한 것은 어머니의 의도가 일방적이고 무상증여의 개념으로 형제애(brotherhood)를 발휘하여 도와주라는 것으로 파악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상황파악을 한 후 어머니의 마음을 찬찬히 전달하니 그 Allen하사는 잠잠히 듣고 있다가 친형이 큰 어려움이 있는 줄 몰랐다며 당연히 도와 주겠다며 답변을 하였다. 그 내용을 알려주어 고맙다며 필자에게 깍듯이 인사한 뒤 전화를 끊었다. 통화 및 통역봉사활동의 내용은 이상과 같이 간단하지만 통화종결 후 약간의 가슴뭉클한 감동과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인간의 삶이 주는 아름다운 향기가 느껴지는 듯하여 기분이 좋았다. KATUSA로 군생활을 하면서 그 Allen하사의 어머니와 비슷한 여인들을 많이 보게되었고 대개 불우한 한국여인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그리는 기지촌여자들인 것이다. 필자가 그 어머니이거나 반대로 Allen하사의 입장이라면 과연 그런 태도를 보일 수 있었을까 하며 내심 자문해 본다. 그리고 가장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이성적인 삶을 강조하는 미국군인이라면 그런 진한 형제애를 표시하지 않았을 터인데 Allen하사의 내면에는 한국인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는 바, 한국에 오기 위해 부모형제를 만나기 위해 주한미군으로 지원입대하여 다시 친 부모형제를 찾는 것이다. 정말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과 같이 그 Allen하사의 행위 앞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