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oo / undefined
2011.07.03택시요금 시비로 인해 경찰서에서...
요청내용 : 거의 한달만에 통역요청 전화를 받았는데, 마음이 많이 답답하네요... 휴... 오늘 아침 9시경에 경찰서(어느 경찰서인지도 경황이 없어서 못 여쭤봤네요)에서 경찰관님께서 전화를 하셨는데, 한 택시기사님과 외국인여자승객분이 요금문제로 시비가 일었는데 언어소통이 안된다고 하셔서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정황이 있지만, 먼저 사실관계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승객분이 이태원에서 노량진까지 택시를 잡아탔는데, 내릴 때 미터기에 찍힌 요금(7000원)을 소지하고 있지 못했습니다(5000~6000원 정도만 소지하고 있다고 했음). 그래서 집(친구집이라고 했던 것 같음)에 가서 돈을 더 가져와서 드린다고 했는데, 기사님께서는 대기요금이 분명히 더 추가가 될것이라고 말씀을 드렸다고 하고, 정확한 경위는 말씀들을 하도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속사포처럼 하셔서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는데, 승객분이 돌아오는 시간도 매우 지연이 되고 해서 결국 나중에 미터기에 찍힌 요금은 10000원을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승객은 7000원 이상 절대로 낼 수 없다고 하고 동전 같은 걸로 나머지를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고 합니다. 이에 기사님은 그럴 수 없다며 요금을 내야된다고 하며 앞을 가로 막았다고 합니다(물리적으로 때리지는 않았다고 명확히 했음... 경찰관께서 이 사실 관계를 명확히 알고 싶어하셔서, 승객분께 ''기사가 때린 일이 있냐''고 물어봤지만, ''때리지는 않았지만 앞을 가로막았고, 너희들한테는 그건 아무것도 아니지?''하며 빈정대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출동한 순경분께 들은 얘기는 이미 이 여자승객분은 많이 취한 상태였던 것 같고 그러는 와중에 기사가 앞길을 가로막으니 감정적으로 욱해서 기사님을 밀치고 목을 때리고 소동이 일었나봅니다. 사람들도 모여들고 심지어 어떤 꼬마는 휴대전화로 동영상까지 찍었다고 하고 출동한 순경(기사님이 경찰에 신고했음)도 이미 승객이 기사를 물리적으로 밀치고 하는 걸 봤다고 합니다. 기사님은 돈이 모자라면 미안한 줄 알고 양해를 구할것이지 자기는 잘못한게 없다고 하고 대기로 발생한 요금을 못내겠다고 한것에 화가 나셨는데 물리적으로 폭력까지 당하시니 매우 격앙되셔서, 요금을 다 지불하고 사과를 해도 합의를 못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경찰관님께서는 승객에게 이 사건은 경찰서로 이첩될 것이며 지금 임의동행을 계속 해야된다는 말을 전해주시길 바랬고, 그렇게 승객에게 얘기했더니, 아주 심한 f*** 욕설을 연발하고... 더 이상 어떻게 상황이 정리가 될 수가 없더군요...
지금 봉사기록을 보니, 35분을 통화한 것으로 되어 있네요. 세번째 전화였는데 이번것은 앞에 두번과 달리 아주 찜찜한 경험입니다. 번역봉사라는 게 단순한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절감하게 되었네요. 먼저, 승객분은 자기가 한국에서 6년째 살고 있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던게 특이사항이였던것 같습니다. 또, 이미 BBB를 사용해본적이 있었던지, BBB통역봉사에 대한 불신감을 계속 표출했습니다. 굉장히 격앙된 상태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얘기를 해서, 몇번 다시 말해줄것을 부탁하고, 외국인이 했던 얘기를 잘 알아듣지 못해서 재확인하면서 반문하는 것이 자기가 얘기한게 아니라고 하면서, 아예 제가 하는 통역뿐만 아니라 전체 BBB통역서비스를 비난했습니다. 나중에는 통역자 당신도 한국인이고 다 같은 편인거 아니냐고 마구 몰아붙이는데 참으로 답답하였습니다. 물론 제가 단순 1:1 통역을 넘어, 중재를 하려고 하는 듯한 말을 해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는데, 아뭏튼 상황에 절대로 휘말리지 말고 제3자적인 시각으로 통역에만 충실해야 된다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한국생활에 염증을 느낄대로 느낀 외국인인데다가 밤새 이태원에서 음주를 했던 점, 그리고 이미 출동 순경께서 영어 듣기를 대충 하셔서 그 전에 경찰서에 갔던 경험이 있었던 것 같다고 그러고, 그래서 더 가기 싫어하는 것 같다고 하시는 점 등등, 마음이 닫힌 상태의 외국인을 상대로 번역을 한다는 게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특히 본인은 한국에서 6년째 살고 있는데, 너는 미국 가봤냐는등 경멸투로 말을 계속 하는데 무척 어려웠습니다. 본인이 현재 인종차별을 받고 있다고 계속 주장을 하는데, 기사님께서는 오히려 외국인이 한국인을 경멸하고 무시한다고 느끼시는 것 같고... 물어볼 경황이 없어서 못했는데, 아마 들리는 액센트로는 그 승객분이 흑인이지 않았나 싶은데, 전화 끊고 나니 그런 흑인으로서의 차별을 얘기했던건가 싶기도 하고... 에고...
기사님 화도 못 풀어 드리고, 외국인도 진정 못해드리고, 경찰관님들께도 머 속시원한 얘기를 못 해드리게 되니, 전화 끊고 나서 많이 씁쓸했습니다. 이런 곤란한 상황이 전혀 없지는 않겠죠. 다른 봉사자님들 모두 저보다 더 슬기롭게 대처하시기 바라며 이렇게 글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