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oo / undefined
2011.07.27경찰서에서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미국 여자분이 아는 남자분(호주)이 돈을 훔쳤다면서 신고하러 오셨다네요.
여자가 이 호주 남자에게 전화를 했고 호주 남자분은 제 발로 경찰서로 왔다고 합니다.
문제는 둘이 얘기가 안맞았나 봅니다.
여자는 자꾸 돈을 훔쳐갔다고 하고 남자는 빌린거라며 담주에 갚기로 한거라면서요.
그러다가 호주 남자분이 경찰서를 나가버렸고, 여자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한국에 대한 불신마저 생겼다며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미국 대사관에 전화해서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면서요. 한국에서 본인이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경찰서에서도 잘못한 부분이, 누군가가 신고를 하면 그 사람들의 신분증 확인은 기본 절차이며 의무이며 필수사항이라고 생각하는데, 미국 여자분이 호주 남자분을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분증 확인을 안했다네요. 그리고 호주분은 나가버렸구요. 사실상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잡아 둘 법적 권한 (?)도 없는 상태였다네요.
확실히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 서로 오해를 한 부분도 있고 해서 풀어드렸습니다.
문제는 미국분이 너무 실망한것 같더라구요. 물론 여기는 미국은 아닙니다.
그분이 그걸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타국에서 자국에서만큼의 권리를 주장하고 찾기란 힘든 일이긴 한것 같습니다.. 말부터가 안통하니까요.
그래도 너무 한국에 대해서 순간의 감정으로 꽁깍지를 끼고 보는 것 같길래,
당신이 이 나라에 와서 이런 일을 겪은건 나도 정말 미안하지만, 이런 일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당신이 운이 안좋았던 것 같다. 대신 사과한다.
허나, 나도 당신처럼 미국에서 거주할때 외국인으로서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고 똑같이 느끼면서 살았고, 불 평등한 일을 겪은 적도 있다. 하지만 도움을 얻은 일도 많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이런 일은 한국뿐만 아니라 어디에서건, 미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니가 지금 억울하고 속상한건 아는데 한국에 실망했다는 말만 할게 아니라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 결정해서 말해달라. 고소장을 접수할 것인지 어쩔건지. 그래야 내가 너를 도울 수 있다. 니가 이런식으로 감정적으로 나오면 나도 널 도울수가 없다.
라고 냉정히 말했습니다. 물론 경찰서에서 부당한 대우를 했다고 느꼈던 면이나
절차상의 실수는 정중히 제가 대신 사과했구요.
나중에는 조금 수그러들긴 했지만... 정말 20분 가까이 통역하면서 저도 기분이
너무 별로였습니다.
범죄의 대다수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일어난다고 합니다.
경찰서에서 기본적인 신분증 확인마저 가볍게 여기는 실수가 없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