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국화 / 중국어

2012.08.06

어느 이주여성의 가정폭력 신고전화

#기타#기타

 

일요일 저녘 7시가 조금 지났을까 bbb요청전화가 걸려왔다.
충남경찰서 지구대인데 중국 여자분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와있는데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서 왜 지구대에 왔는지, 무슨 일로 왔는지 알아봐달라고 하였다.
전화를 바꾸니 친숙한 중국어가 들렸다.
목소리는 떨렷고 불안해 보였다.
나는 무슨 일로 지구대에 오게 되였는지 물었다. 그분은 폭행을 당해서 신고하러 왔다고 하였다.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하였다. 남편 분 처벌여부에 대해서 물었고 외국인등록증제시를 요구하였다. 여성분은 외국인등록증은 없고 여권만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럼 현재 한국에서의 체류방식이 결혼이민인지 아니면 산업연수인지 유학인지에 대해서 물었다. 여성분은 09년에 결혼을 하였지만 남편이 결혼비자를 해주지 않아서 처음 입국 할 때부터 여행비자로 왔고 3개월 비자만료기간이 되면 다시 중국으로 들어갔다가 또 다시 3개월 여행비자를 받아서 한국에 나오는 식으로 한국에 체류하였다. 최근에는 6월에 입국하였고 9월이 되면 비자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에 그전에 이혼을 하고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고 하였다.
남편은 09년 처음 입국할 때부터 폭행을 가해왔지만 참고 견디였는데 이번에는 입국첫날부터 방문을 잠그고 때려서 이러다가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비록 결혼4년차이지만 비정상적인 체류방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혼생활도 정상적이지 못하였다. 매번 한국에 올 때마다 남편은 여관방을 잡아놓고 여성분이 여관에서 지내게 하였다. 생활비도 주지 않아서 거의 감금상태로 여관에 방치된 생활을 하였다. 여성분은 남편분에 대해서 아는게 별로 없었다. 기본적인 인적사항은 물론 남편의 직장주소도 알지 못하였고 남편분 이름과 전화번호 막연하게 인근 돼지사육농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 빼고 남편분의 생년월일도 알지 못하였다. 여성분은 30대초반이였는데 남편분은 결혼당시 40세라고 하였다가 한국에 입국하니 50세라고 하였고 최근에는 49년생이라는 소리는 듣긴 들었는데 정확한 나이는 잘 모른다고 하였다.
지속적인 폭행에 시달리다가 겨우 신고전화를 알게되서 신고를 하였다, 여관주인이라는 사람은 폭행사실을 알면서도 혹시나 영업에 지장을 줄가봐 폭행을 묵인하였고 여성분이 도움을 요청하였을 때 오히려 일을 크게 키운다고 욕설을 퍼붓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남편은 현재 연락두절 상태이고 여성분은 지긋지긋한 결혼생활을 하루 빨리 끝내고 싶어하였다.
경찰은 날이 밝는데로 경찰서로 가서 고소장을 접수하여야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안내하였다.그러면서 귀가조치를 하는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경찰과 관계없이 이주여성상담센터 전화를 안내하고 어려운점이 있거나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꼭 전화를 하라고 당부하였다.
결국 오갈 데 없는 여성분은 폭력이 행하여지는 장소에 다시 돌려보내는 것으로 전화를 마쳤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다. 이주여성은 장시간의 학대로 횡설수설하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가정폭력의 고리를 스스로 끊고 나오려는 의지가 약하다. 남편분은 결혼의 동기가 의심될만큼 남편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고 체류문제로 여성분을 협박까지 하였다.
결찰은 사건수습에만 급급하였지 여성분에게 상담원을 연결해 준다던지 이주여성쉼터를 연계해 준다던지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였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여관주인의 이기적인 태도이다. 폭행을 묵인하는 것은 물론 여성분의 탓으로 돌린다.
지난 7월에는 한국계 중국인 이주여성 2명이 가정폭력으로 사망하였다.
같이 살을 부비고 아이를 낳아 키우던 여자를 무자비하게 죽인다는 사실을 나는 믿고 싶지않다.
통화를 끝내고 나서도 나는 그 분이 걱정이 되었다. 회오리 바람 한가운데 서있는 초불처럼 불안불안하다.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존엄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그분이 오늘도 살아있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