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 undefined
2006.05.13길과 친척을 잃은 할아버지
- 언어(Language) :일본어
- 봉사일자(date) :2006.05.15
사흘 전 퇴근길에 전화를 받았다. 통역 서비스를 하게 되는 대략 3-4일 전쯤 메세지가 있
을 것이라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던 터라 적지 약간 당황했다. 메세지 안내가 없었음에도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이다. 나이를 한참 드신 일본 할아버지께서 동대구역 근처에 있는
택시회사의 전화를 빌려 통화를 해 오셨다. 너무 횡설수설하셔서 혹 술을 드신 것은 아닐
까 하고도 생각을 해 보았는데, 나이를 드셔서 말씀의 내용이 일관성이 없으셨던 것이다.
하도 여러 말씀을 일방적(!)으로 하셨기 때문에 간간이 던지는 내 질문이 오히려 무색했
다. 한 20분은 통화를 했는데 정리를 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 친척분들을 찾으러 왔는데
찾아 보니 한 분씩 한 분씩 다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돌아가신 분들이 어떻게 돌아가셨
는지에 일일이 다 설명을 해 주셨다. 그런데, 결국 돌아가신 분들과는 연락이 당연히 되
질 않았으며, 연락이 되어야 할 돌아가신 형의 부인 그러니까 형수님의 전화번호로 전화
를 걸었더니 전화를 받으시는 분이 자기는 일본과는 연고가 없다는 말을 하더라는 것이었
다. 시즈오카에서 부산으로 오셔서 종일 친척분들을 찾아 돌아다니시다가, 대구까지 오셨
지만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안타까운 마음과 측은한 마음이 교차했다. 택시회사분
이 경찰서에 조회를 부탁했지만, bbb전화번호만 달랑 하나 던져 주었을 뿐이라고 했다.
어쩌면 연로하신 (아마도 재일교포이실) 할아버지의 마지막 한국행일텐데... 결국 아무
런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우선은 날이 어두워질테니 근처 호텔에서 주무시고 다음날 경찰
서로 가서 다시 한 번 형수님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확인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말
을 위로의 말씀과 함께 드리는 수 밖에 없었다. 가벼워야 할 퇴근길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
거웠다. 지금쯤은 그 ''시즈오카 할아버지''께서 한국에 단 한 분 남아 계실 당신의 형수님
을 만나 하시고자 하는 일들을 잘 정리하고 계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