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주 / 프랑스어

2013.04.22

베트남에서 뇌졸증으로 병원을 찾으셨던

#기타#기타

BBB 봉사자가 된 이후로 꽤 여러번 다양한 분에게서 전화를 받았지만, 이분에 대한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오후 쯔음에 걸려온 전화, 우리가 떨어진 거리를 실감하게끔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멀게 느껴졌다. 약간은 어눌한 발음으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신 그분은 자기가 현재 베트남에서 출장중에 뇌졸증이 온 것 같아서 현지 프랑스 병원에 와있다고 했다. 아침부터 어지럽고 몸에 힘이 빠지고 말이 잘 안나온다는 것이 그분의 설명이었다. 살면서 뇌졸증을 겪어본 적도 없고, 겪은 사람을 본 적도 없는 나는 속으로는 많이 놀랐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그분의 상태를 묻고 병원 직원분을 바꿔 달라고 했다.

그런데 아뿔싸, 병원 직원분은 영어도 불어도 능수능란하게 하는 분이 아니었다. 그는  No French 만을 반복했다. 그래서 우선은 프랑스어나 영어를 잘 하는 의사를 바꿔달라고 그분이 알아듣기 쉽게 최대한 크고 간단하게 말했다. 마침내 불어를 잘 하시는 의사선생님께서 전화를 받으셨고, 나는 환자분의 상태를 천천히 설명해주었다. 의사선생님은 그 외에 몇가지 상태를 더 물어보신 후, 환자에게 우리가 치료해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하였고, 나는 그렇게 전했다. 이제 걱정하지 마시고 의사선생님이 시키시는대로 하시면 된다고도 했다.

그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혹시 문제가 생기면 다시 전화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먼 곳에서 혼자서 뇌졸증 증세를 겪은 분이 얼마나 두렵고 혼란스러우실지 느껴졌다. 안타까운 마음을 최대한 자제하며, 다시 저한테 연결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BBB 번호로 전화를 다시 주시면 다른 어떤 통역사 분들이라도 잘 통역해주실 거라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대답해주었다. 어렵게 어렵게 전화를 끊고 나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몰려왔다. 내가 서 있는 곳은 서울이었지만, 잠시동안 나의 온 정신은 가본적 없는 베트남의 한 병원에 가 있었다. 다시 전화가 오지 않을까, 하루 종일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지만, 다시 그분의 소식을 들을 수는 없었다. 부디 아무 문제 없이 치료 받고 한국으로 돌아오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