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민 / 중국어
2013.04.262012-04-26 경찰서 통역봉사
이런 전화는 다시는 받지 않길 바랬는데 또 다시 한 번 저에게 봉사요청 전화가 걸려왔네요.
작년쯤에도 경찰서에서 한국남편에게 폭행을 당하신 중국인 아내분을 위한 통역을 새벽 5시에 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오늘도 똑같은 사건이었고, 결과도 역시나 같았습니다.
광주광역시 경찰서에서 통역요청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분께 폭행을 당하신 중국아내분이셨는데 경찰분께서 언제, 어디서 폭행을 당하셨는지 물어봐 달라고 하셨습니다. 아내분은 어제 10시에 퇴근하고 집에서 씻고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술에 잔뜩 취해 귀가하신 남편께 폭해을 당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경찰께서는 집 주소를 물어봐 달라고 하셨고, 아내분은 명확하지 않은 한국어로 주소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들은대로 경찰께 말씀드리니 다행이도 비슷한 단어에 아파트가 있었는지 알아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사건을 접수하기 위해 피해자 성함과 가해자 성함, 나이, 그리고 연락가능한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아내분께서는 침착하게 말씀을 해주셨으나 남편의 연락처는 알려드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연락처를 알려주면 남편에게 이 소식이 전해져 또 폭행을 당할까 무섭다고 하셨습니다. 들은 그대로 경찰께 말씀을 드렸더니 그럼 혹시 여성보호센터나 가정폭력센터에 가실 의향이 있는지 여쭤봐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내분께 이러한 센터가 있는데 가실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자, 거길 가면 어떤 서비스를 받게되냐 물어봐서 제가 당신이 한국에서 살고 싶어하든 아니면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든 원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는한 모두 제공하기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더니 그곳에 가도 남편에게 알려지면 자기는 또 폭행을 당할 것이고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셨습니다.
경찰분께 들은대로 통역해 드렸더니 알겠다고 말씀하시면서 혹시 어느 부분을 폭행당하셨는지 도구를 사용했는지 손으로 가해진 것인지 한 번만 더 물어봐달라고 하셨고 제가 여쭤보자 머리, 얼굴, 몸을 손으로 맞았다고 하셨습니다.
경찰께서는 알겠다고 하시면서 이 사건 접수해서 처리해드리겠다고 말씀하셨고, 조사해서 처리하겠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셨고, 들은대로 통역해 드리고 이 사건 통역봉사를 마쳤습니다.
음......작년에 걸려온 전화는 새벽에 가정폭력을 당하자 마자 경찰서에 신고하러 온 뒤 걸려온 전화라서 피해자분께서 정신이 없으셔서 상당히 통역하는데 곤욕을 치뤘는데 이번 전화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상당히 침착한 피해자분덕분에 순조롭게 끝마쳤습니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 하나 믿고 온 타국에서 사랑이 아닌 폭력을 받는 외국인 아내분들이 적지 않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더군다나 하나같이 피해 여성분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고, 남편과 떨어져 살기도 원치 않고,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슬펐습니다.
저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이기에 얼마든지 시간을 내어 봉사를 하는 기쁨을 갖고 임하고 있지만, 제발 이제 다시는 외국인 아내 가정폭력이 발생하지 않아 이런 슬픈 사건이 아닌 즐겁고 행복한 통역봉사만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