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정 / 일본어

2013.05.30

첫 통역 봉사 이야기!

#기타#기타

퇴근시간이 다되어서 처음으로 "bbb통역" 이라는 발신자 표시가 떠서 기쁜마음으로

이어폰을 연결하려던 순간! 진동이 채 한번도 울리지 않고 그대로 연결이 취소되었습니다...

어찌나 아쉽던지 ㅠㅜㅜ

 

그러나, 밤 10시 10분쯤 다시한번 벨이 울렸습니다.

퇴근후,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터라 바로 조용한 곳을 찾아 뛰어가 이어폰을 연결했습니다.

택시 운전기사분이셨는데,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다짜고짜 손님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일본의 중년 여성분께 정중히 행선지가 어딘지 여쭈어보니

"웨스트 웨스턴? 프리미엄? 호텔" 이라며 본인도 호텔 명칭을 정확히 알지 못하시는 듯 했습니다.

지금 현재 택시를 탄 곳이 어딘지 물어보니, 서울시역 이라고 하셔서 서울역이라고 정정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저도 왼쪽손으로는 검색을 하는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메모를 하며 옆에 친구에게도 호텔을 찾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택시운전사분께서도 웨스트 웨스턴 호텔 이라는 명칭을 네비게이션을 통해 찾고계셨지만, 거듭 실패한 듯 보였습니다.

친구가 검색한 결과 ! 마포에 위치한 "베스트 웨스턴 프리미엄 서울 가든 호텔"이라는 길고 긴 명칭의 호텔 이라는 게 나와 그제서야 일본인손님께 여쭈어보니, 그제서야 "마포! 마포!  (거기) 알고 있어요?"라고 하시는 겁니다.

 

택시운전사분께 알고 있냐고 말씀드리니

"처음부터 가든 호텔이라고 말하면 되지, 왜 이렇게 길게 말하냐"는 식의 퉁명스런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물론 위에 운전수분의 말은 통역하지 않았습니다

알아보니, 옛 명칭이 그냥 [가든 호텔] 이더군요ㅠㅜㅜㅜ 명칭변경이 이런 혼란을 불러올 줄이야 ㅠㅜㅜㅜ)

 

저는 봉사자교육을 통해 배운 마무리 멘트로 ``또 필요하실 경우 재연결을 하시면 저와 연결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으나...

두 분 모두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않으신 채, 바로 전화를 끊으셔서 5분여간의 통화는 종료 되었습니다.

 

저는 통역 봉사자야 말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언어를 통해 순수한 봉사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통역자의 역할을 당연시 여기며, 그런 통역자가 이걸 왜 모르냐는 식의  잘못된 태도 또한 통역을 요청하는 이들이 개선해나가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요청자분들은 악의가 없으셨겠지요. 앞으로 저도 계속되는 통역 봉사를 통해 bbb코리아의 취지를 알리고, 더욱 많은 분들께 이용을 권하고 싶습니다.

 첫 통역 전화가 연결되어 기쁜 한편,  첫 전화부터 조금은 씁쓸하고 석연치 않은 통화여서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