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정 / 일본어

2013.07.04

들어주는 것도 안되나요?

#기타#기타

업무중에 bbb통역 이라는 발신이 떴습니다.

오랜만에 온 전화라  바쁘지만, 목소리를 가다듬었습니다.

업무중인 사무실이라 조금 어수선하긴 했지만, 지난 통역 때 PC가 가까이 없었던 탓에 고생을 많이 해서 이번엔  제 자리에서 pc를 이용하기 위해 그대로 통화버튼을 눌렀습니다.

 

통역요청자로 대부분 한국분이 전화를 걸어주시는 탓에 당연히 한국말로 "여보세요" 라고 하니,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곧바로 もしもし!(모시모시) 라고 하자

남자분께서 조금은 어눌한 일어 말투로

[지금 제가 우울증에 걸린 것 같습니다. 일본어로 상담을 하고 싶은데 bbb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시더군요.

 

필요로 하는 곳에서 "통역"을 지원한다는 bbb의 취지를 재차 전하였으며,

만약 정신과 전문의가 옆에 있고 그 때 통역을 원하신다면, 그대로 통역을 해드릴 수는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우울증입니다. 일본어로 얘기하고 싶어서...]  [우울증 ことば(말) 모르세요?]  [너무 시끄러워서 잘안들립니다.] 라는 

조금은 횡설수설한 얘기였습니다.

 

어디에 계시냐고 물었더니, 집이라고 하셨습니다... ㅠㅜㅜㅜ 옆에 상담하실 만한 분이...없으셨겠죠?

일본 현지인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들어주는 것도 안되나요?]  라고 하시는 말투가 조금은 애석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제 섣부른 상담이 그 분에게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되었습니다...

 

정중하게 bbb 통역대상이 아님을 전하며 전화를 끊었으나, 상당히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