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 중국어

2013.07.13

속초 경찰서) 여권이나 외국인 등록증 있나요?

#기타#기타

저녁 9시 조금 넘어, 속초에서 걸려 온 전화였습니다.

그냥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만 통역 요청하셨서, 그대로 통역해 드렸더니,

중국분께서 저의 한마디 통역에 대답대신,  한국에 온 이유와 이곳에서 왜 경찰들이

자기를 못가게 하는지, 한국은 중국과 친구나라인데, 이래도 되는지 등등, 끊임없이

속사포처럼 쏟아 내시고, 도저히  오고가는 대화가 불가능하여 어쩔 수 없이 제가 듣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정말 1초라도 쉼이 없이,  ``선생님, 선생님``이라는 저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이런 경우가 또 처음이라 어찌 처리해야 될지, 당황도 되고, 경찰분에게 전화도 안 넘기시고...

 

어찌어째해서 경관님과 다시 통화하면서, 중국분이 칼을 갖고 있다는 신고때문이라고 하셨서

칼은 어디 두었는지 통역 요청하셨지만, 전화 바꿈과 동시에 또 혼자서만 말씀하셔서,...

차츰 그 분의 얘기를 들으면서, 동안 얘기하실 분이 없어서, 힘 들어도 말할 곳도 없고,

더운 밤, 바람 쐬러 나와도 함께 도란 도란 얘기할 이웃도 없으셔서, 정말 타국의 외로움 탓인가하는 

온갖 생각을 들게 하신 서글픔이 묻어 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어쩌다 홍등가에 있는 곳에 왔더니, 반겨 주시고, 과일도 주더라는 말에 그냥 들어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분은 당시 열쇠 꾸러미와 지갑만 소지하셨을 뿐이여서, 아마 오해였든지 댁으로 돌아 가셔도

좋다는 경관님의 말씀을 끝으로 마쳤습니다.

 

몸도 힘들고, 맘이 외롭다고 표현하기에는 더 서글프고 서러운 타국 생활이지만,

차츰 좋은 이웃들과 한 여름 밤, 수박 한 조각이라도 권하는 그런 날이  꼭 이 분에게  

하루 빨리 찾아 오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