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Chang / 영어
2013.08.04우는 사람 달래기
 
지난 5월 정회원 승격 이후 조금 전 요청을 제외하면 세 번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두 번은 모두 2분 내외의 간단한 통역이라서 기록으로 남기기는 다소 멋적은 같고, 세 번째에는 전화가 온 줄도 몰랐던 상황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일주일 내에 통역 요청이 올 수 있다는 문자를 받고 조금 기대를 하고 있었으나, 전화는 없었고 기대도 사라지고 기억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중, 밤 12시 15분경 전화 벨이 울렸습니다. 순간 BBB 통역임을 직감했죠.
 
이번에도 전화가 걸려 온 곳은 부산. 모범 택시를 운전하시는 분은 자기 소개도 잊은 채 상황 설명을 하셨습니다, 외국인 여자 분이 울고 있다고.
 
호텔에서 카드 결제가 안되니 여자 분이 많이 당황한 모양입니다. 운전사 아저씨는 12시 30분 까지 기다리면 편의점에 있는 ATM이 다시 열리니 그 곳에서 현금을 찾으면 된다고 해법을 제시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해병대 출신으로 지역 사회 봉사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니까 안심해도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첫 번째 보다는 두 번째 메시지에 더욱 힘 주어 오래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아저씨는 의사 소통이 제대로 안 되었던 상황에서 두 번째 메시지에 더욱 신경을 쓰셨던 것 같았습니다. &ldquo얼마나 답답하셨을까?&rdquo하고 순간 생각해봅니다.
 
외국인 여성분이 전화를 받자, 저는 두 번째 메시지부터 통역을 했습니다. 가능한 표현을 동원해서 안전하니 걱정하지 말고 10분만 기다려 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메시지를 전달하니 그 여성 분 처음으로 말을 합니다. 자신의 카드가 IBC인데, 만일 ATM에서도 인식이 안되면 어떻게 하냐고 묻습니다.
 
아!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여성 분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 한 것 같습니다. 저도 브라질 리오로 출장 갔었을 때, 호텔에서 제 신용카드가 안되어서 많이 당황했었거든요. 그때는 다행히 동료가 대신 계산했지만, 지금 외국 분은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통역 요청에는 없는 메시지였지만, 우선 기다려 봤다가 카드 인식이 안 된다면 그때 다시 전화하면 방법이 있을 거라고 안심시켰습니다. IBC 카드도 가능할 텐데,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100% 확신할 수 없는 터라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다시 전화를 바꾸어서 택시 운전사 분과 이야기 해보니 똑 같은 질문을 합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또 전화할 테니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네요.
 
20-30분 내에 다시 전화하면 컴퓨터에서 자동 인식해서 동일한 사람으로 연결되니 동일한 번호를 그대로 쓰면 된다고 알려드렸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고 해도 현재 상황만 설명해도 다른 봉사자 분이 잘 도와 주실 거라고 말하니, 안심하시네요.
 
그리고 10분, 인터넷 포탈에서 뉴스 기사를 보는데 머리 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12시 25분, 28분, 29분, 드디어 30분.
 
어떻게 됐을까?
전화가 다시 올까?
 
그리고 다시 12시 31분, 32분.
 
마침내 12시 45분이 되어서야 긴장이 풀립니다. 상황 종료!
 
돈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할 텐데, 끝까지 옆에서 도움을 주는 택시 운전사 아저씨가 머리 속에 그려지면서 그 분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이는 봉사 정신이 아니라 프로 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도 무엇인가 배운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