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oo / 영어
2013.08.22힘든 생활에 기대어 -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
     제가 저녁 식사를 하고 돌아왔을 때 전화가 왔습니다. 가벼운 인사말을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상대방은 경기권 소재의 공장에서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인이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있는 통역이 되겠구나, 하고 가볍게 생각했던 마음은 현재 위치가 경찰서라는 설명을 듣고 약간 무거워졌습니다. 제가 들어본 정황은 이러했습니다.
 
 공장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많은 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을하고, 같은 기숙시설을 이용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인들과 외국인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대표격의 노동자가 있는데, 평소 그의 행동이 강압적이고 과격해서 불만을 품고있던 외국인 노동자와 마찰이 빚어져서 경찰서까지 대동하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한인 관리자는 필리핀 출신의 노동자가 강경한 태도를 굽히고 있지 않아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다며 설득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불공정한 처우를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한 사람의 설명만을 듣고 판단을 해 통역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판단, 당사자들과 한 번씩 다 통화를 해보고 싶다고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먼저 통화를 하게 된 분은 필리핀 출신의 노동자였습니다. 다친 곳은 없지만 물리적인 힘을 사용한 인도네시아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 대표가 처벌 받기를 강하게 원한다고 했습니다. 다음으로 통화를 하게 된 분은 인도네시아 출신의 노동자 대표였습니다. 그는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음에도 필리핀 출신 노동자가 오해를 하고 과민반응을 해서 말다툼에서 시작해 가벼운 몸싸움을 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으로 한인 관리자와 다시 통화를 했는데, 증인 입장에서 전혀 일방적인 폭력은 없었고, 평소에도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었기에 가벼운 실랑이 정도로만 보고 있다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찰관과 통화를 했는데, 일방적인 폭행을 증명할 만한 정황이나 증거가 없고 증인의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만약 책임을 묻는다면 양측모두에게 모두 물을 수밖에 없다면서 난처한 입장을 표했습니다. 저는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에 대한 ``몰이해``가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을 하고 다시 한 번 당사자들과 통화를 하며 그들이 원하는 바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듣고 전달했습니다.
 필리핀 노동자에겐 노동을 하는 목적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면서 현재의 태도가 공장의 업무 진행에 무리를 주게 되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공장에서 일하는 본인에게 안좋은 이미지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에겐 같은 처지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좀 더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로 대화했으면 좋겠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한인 관리자에겐 평소 업무가 끝나고 기숙시설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마찰이 빈번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그 부분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렇게 관련 서류에 서명을 하고 사건은 다행히도 큰 무리없이 좋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의 문제와 통역을 다루다가 이렇게 외국인 노동자 간의 갈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문제를 일으켰던 양측 외국인 노동자 모두 약간의 영어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원치 않아서 전화기로 건너 건너 대화를 하는 상황이 약간은 어색했지만, 어렸을 적 경험했던, 친구들간의 화해를 주도했던 생각이 나서 약간은 정겨운 느낌이었습니다. 한 시간 가까운 통화에 귀가 뜨거웠지만, 먼 타국에서 고생하는 그들을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하니 가슴 한 켠도 뜨거워지는 느낌에 뿌듯한 통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