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정 / 영어

2013.10.25

경찰에게 걸려온 전화

#기타#기타

월요일 오후에 경찰에게서 걸려 온 전화

 

어떤 외국인이 물건을 사가려고/팔려고(??? 처음엔 이것도 확실하지 않아 멘붕..) 왔는데 배송 운임비 문제로 계약이 성사가 안되었다고, 그냥 돌아가라는 얘기를 전달해달라고 해서 통역을 했습니다.

경찰분도 그렇고 저도 상세한 내용을 잘 몰라서, ``미안하지만, 계약을 못하겠다고 하니 집이나 회사로 돌아가시라``고 했습니다. 상대는 나이지리아에서 온 사람이었고 약간의 한국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이 화가 나서 빠르게 무슨 말을 하는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할 수가 없어서 좀 당황했어요 ㅠㅠ 경찰아저씨께서 본인도 상황을 잘 모르겠다고.. 좀 더 얘기를 해보고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셨고.. 5-10 분 뒤에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알아보니, 외국인이 물건을 사러 온 사람이었고! 파는 사람은 ``트럭 운임비를 내지 않으려면 나도 물건 안 팔아!`` 였습니다.

그 사이에 외국인이 마음을 바꿨는지, 트럭컴퍼니에 연락을 해서 2톤 트럭을 빌리면 자기가 돈을 내겠다고 했고, 그대로 전달을 했으나 파는 사람이 ``벌써 다른 사람한테 팔려고 한다, 이미 얘기 끝났다 집에 가라고 해달라``했습니다.

외국인에게 전달하니 ``내가 여기(동두천이었나?)까지 오는 동안 저 사람이 20번 넘게 전화해서 빨리와, 빨리와 해서 나는 정말 급하게 왔다. 트럭 운임비도 내겠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물건 안 판다고 하니 정말 화가 난다. 내가 한가한 사람도 아니고 내가 본 손해는 다 어쩔거냐, 빨리 물건 달라고 해라, 물건만 싣고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난 집에 안 간다``

전달했습니다만 파는 사람도 벌써 화가 난건지, 진짜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팔기로 한건지... 그냥 집에 돌아가라는 말만 전달해달라고 하더군요...

 

아놔... 내가 무슨 화풀이 상대도 아니고 외국인은 나에게 ``너라면 이런 상황에서 해피하겠니??? 내가 올 때 20번 넘게 전화해서 빨리와 빨리와 해서 왔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빈손으로 가니????`` (이 얘기를 10번도 넘게 하더군요 ㅠㅠ)

어쨋든 고마운 경찰아저씨께서 ``내가 잘 얘기해서 이제 돌아가라고 얘기해보겠다``고 하셔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나름 마일드한 통화/통역은 마치고나면 기분도 좋고 나름 뿌듯한데, 이렇게 서로 감정이 안 좋은 사람들의 얘기를 통역하려면 정말 난감하기도 하고, 씁쓸한 기분이 들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