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oo / 영어
2014.02.27어느 부부의 발렌타인스 데이
외국인에겐 특별한 날 St. Valentines Day이자 한국의 전통 세시명절인 정월대보름에 한 파출소로 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경찰측 얘기로는 부부를 격리시켜 놓았는데 무슨 일인지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먼저 통화하게 된 남편의 얘기는 이랬다. 평소 12시면 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었는데 오늘이 발렌타인스데이라 아내에게 특별한 날을 선사하고자 연락없이 집에 가지 않고 장미, 사탕, 테디베어등을 사서 퇴근했는데 아내가 자기를 속였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곳에 있는 아내의 얘기는 좀 달랐다. 경찰관이 이동을 하면서 전화를 연결시켜주었는데 평소와는 달리 남편이 점심시간에 집에 오지 않길래 기다리다 남편 근무지로 전화를 했더니 자리에 없고 나갔다는 것이었다. Gym에 갔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는 나중에 남편이 선물을 내밀어도 대꾸하지 않고 아이들 먹일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집에 있던 위스키를 먹은 뒤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고 난폭해져서 주변에 도움을 구하다가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애들과 함께 집을 나와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경찰관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남편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인지 묻자 일단 오늘 밤은 집에 들어가면 싸울 것 같으니 다른 데서 자고 내일 귀가하겠다고 했는데 경찰관이 근처에 쉼터로 안내하겠다고 하자 영어 안내가 되는지 물어 한국인들만 있는 곳이라니까 남편 근무지내에 Lodge가 있으니 말이 통하는 그곳에서 오늘 밤을 보내겠다고 했고 남편을 고소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통화중 아이들이 소리지르고 대화에 끼어 들어 아이들과 함께 파출소에 있는 것을 알았다. 경찰관이 집까지 같이 가서 간단히 짐을 챙기는 것과 Lodge로 갈 때 경찰차로 안내해 줄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해서 그대로 전하자 고맙다고 했다.
엄마의 혼란스런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아이들은 여전히 파출소에서 노는 소리가 났다. 남편의 말대로 더도 덜도 아닌 그냥 발렌타인스데이 해프닝이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