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성 / 러시아어
2014.02.27지금까지의 통역 봉사 이야기
지난 2013년 하반기 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여러차례 통역을 해왔지만 좀처럼 활동이야기를 작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첫 통화의 기억도 이미 가물가물... 더이상 미루면 안될거 같아서 방금 통역 봉사콜을 마치고 마이페이지에 접속했다.
나의 첫 통화는 아마도.. 택시기사분이 러시아사람의 목적지를 묻는 전화였을거다. 러시아분이 어떤 장소를 설명했는데 한국식이 아닌 러시아식으로 발음을 해서 한국인인 나도 잘 못 알아들었다. 게다가 서울에서만 살아온 나에게 전화가 걸려온 곳은 부산!! 지명이나 장소가 생소할 수 밖에.. 결국 인터넷 지도를 보고 겨우 알아내어 해결한 기억이 난다.
그 뒤로 러시아 현지에서 걸려온 전화, 공항에서, 터미널에서, 경찰서에서, 병원에서... 다양한 전화를 받았지만 개인전으로 제일 긴장되고 어려운 전화는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가 아닌가 싶다. 여기서 봉사하는 분들은 대부분 공감할 수 도 있을거 같다. 병원에서 3번정도 전화온거 같은데 한번은 어린딸이 입원해서 간호사가 어머니한테 전달하는 내용을 통역한 것이었다. 아픈 딸때문에 목소리에 힘도 없고 계속 통역해줘서 고맙다고 할때는 나도 그 안타까움이 느껴져 마음이 짠했다. 또 한번은 다음날 CT 촬영, 초음파검사, 혈액검사등 건강진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금식에 관한 내용과 진단 내용을 통역해야 하는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의학용어는 러시아 유학시절 겪었던 기억을 더듬어 통역해드릴수가 있었다. 하지만 제일 난감한건 전문용어나 질병에 관한 설명들.. 사실 한국사람도 의학용어는 어렵지 않은가... 조금 전 걸려온 안과에서의 전화는 더욱 당황스러웠다 검사를 했는데 백내장이 나와서 빠른 시일안에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란다 순간 백내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리가 멈춰버렸고 예전에 유학시절에 러시아가 라식수술을 최초로 개발한 나라여서 시력교정술을 알아보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 부작용으로 백내장 녹내장등을 알았었는데 희미한 기억을 살려 러시아 할아버지께 설명드리자 백내장이라는 단어를 얘기하셨고 기억에 맞는 단어였다. 그렇게 백내장을 알아내고 전문용어는 최대한 알기 쉽게 돌려가며 통역해드렸더니 백내장에 대해서 본인도 어느정도 알고 계셨는지 전달하려는 내용을 잘 알고계셨다. 곧 한국인 보호자와 수술을 하러 오신다고 했다.
처음 BBB 코리아에 봉사 신청을 할때는 러시아 유학 후 한해, 두해 한국에서 언어감각이 떨어지는것이 두려워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좋은일도 하고 언어감각도 유지하고 싶어 시작했다. 지금은 약간 다른 느낌인데.. 통역 봉사가 시작되면서 여러 전화를 받다보니 언어로 인해 겪는 어려움들, 누군가에겐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들.. 이런 상황에서 적어도 나로인해 도움이 되고 해결을 해 줄 수 있다는 점이 보람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무때나 걸려오는 전화들(새벽 2시,5시에도 걸려온다...)이 가끔은 당황케 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통역 봉사를 이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