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열 / 터키어
2014.04.08갓 피어난 꽃을 짓밟은 사건
월요일 7시20분, 출근준비에 열중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는 경찰서에서 걸려왔는데, 성폭행 사건 관련 조서 작성이 필요하니 와서 통역을 좀 해달라는 거였다.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경찰서에 도착하니 그 곳엔 터키 여성 세 명이 나란히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터키인 여성 한 명은 성폭행 피해자였고 다른 두명은 그녀를 위로하러 온 친구들이었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그녀는 지난 4월5일 홍대클럽에 갔고 그곳에서 한국 남자를 만났으며 그 다음날 다시 만나 함께 벚꽃구경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몇 잔의 술, 호텔.
그녀는 올해 스물한 살, 갓 피어난 꽃처럼 청초하고 아름다웠으나 한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입었다. 내 어깨에 기대어 그녀는 한참을 울었고 나는 ``정의가 그 자를 심판할 것이다``란 말밖엔 달리 위로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한 인간의 영혼을 짓밟은, 가슴아픈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