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리 / 영어
2014.04.11경찰서에서 온 통역요청
 지하철에서 한 통의 bbb 콜이 걸려왔습니다. 통역을 요청하신 곳은 경기도의 한 경찰서였는데,
외국인이 지금 피를 흘리며 경찰서에 와 있는데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어 긴급히 통역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관인 통역 요청자께서는 다소 침착한 어투였으나, 싸움으로 인해 피를 흘리고 있다는 말을 듣자 갑자기 덩달아 긴장이 되었습니다. 
다소 서비스가 길어지겠다 싶어 지하철에서 내린 후 통역을 진행하였습니다. 
통화 품질 및 장소의 문제로 완벽히 상황을 전해드릴 순 없었지만, 
외국인은 미국계 필리핀인이었는데 한 시간 전 친구와 말다툼 끝에 싸움을 하게 되었고, 칼을 빼든 상황에서 한 대씩 치고 받다가 친구는 도망을 갔다는 정도의 사건 핵심을 빠르게 통역해 드렸습니다. 
더불어 매우 심각해 보였던 상황과는 다르게, 다행히도 사건 피해자는 친구가 나타나 신고하지 않는 한 일을 더 키우고 싶지는 않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통역을 요청하셨던 경찰관 분께서도 이러한 의사를 전해드리자 잘 알았다며 전화를 종료하셨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통역이었지만, 심각하고 좋지 않은 순간에 저의 통역이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뿌듯했습니다. 덕분에 목적지에 못 미처 내리게 되었지만, 목적지까지 걸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던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