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 / 베트남어

2014.05.20

화가나는 베트남어 통역

#기타#기타

 베트남어 통역의뢰 대부분은 다문화 가정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통역도 역시나,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는 한국 남편과 베트남 아내의 일상대화를 통역하는 내용이었는데요. 항상,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싶지만, 통역사인 저도 사람이다보니 답답한 부부의 관계속에서 어찌할바를 모르겠더군요. 다짜고짜 남편분께서는 아내에게 내일 일을 하러 갈건지, 아니면 다문화센터에가서 공부를 할 것인지 물어봐달라고 하셨고, 저는 요구하는대로 계속 통역을 이어나갔습니다. 아내분은 화가나있는 목소리로 신경질적으로 말씀하셨고, 남편분도 저에게 감정이 들어간 말을 통역하도록 하셨습니다. 

"이런식으로 나를 인간대접하지 않으면 일하러가지 못한다"

"나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 것도 기분이 나쁘다"

이런 내용들을 통역하게 되는 저로서는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이 부부의 사적인 내용을 갑자기 접하고 이 내용을 통역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큰 스트레스 였습니다. 게다가, 베트남통역은 그 언어적인 특성상 지역별로 발음이 다르기 때문에 통역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통역의뢰하신 남편분께서는 통역중 순조롭지 못한 부분을 감정적으로 질타하셨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통역에 응한 저로서는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번 통역전화요청이 올때마다 이러한 두려움에 전화에 응하기가 시간이 흐를 수록 어려워 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BBB언어봉사의 한계가 여기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다문화가정 비율이 높은 베트남다문화 가정에서 발생하는 언어장벽의 문제가 가장많은 것 같습니다. 비록 언어 봉사는 하고 있지만, 전혀 통역 대상에 대한 관계가 있지 않고 이해가 없이 갑자기 통역을 한다는 것은 통역사가 사람이라는 점을 간과한 오류인것같습니다. 마치 통역사가 언어를 또다른 언어로 바꿔주는 기계인 것처럼 이 봉사프로그램이 구성되어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다른 다양한 통역의뢰의 경우는 아무문제가 없겠지만, 사적인 가정문제를 많이 다루는 베트남어 통역부분에 있어서는 개인통역봉사자를 따로 지정해두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지속적인 관리와 케어가 가능하고 더 원활한 통역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봉사활동 이야기가 BBB자원봉사의 효율성과 의미를 더욱 살릴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