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 undefined
2006.07.18카나다 사람과 일본 사람
- 언어(Language) :영어 및 일어
- 봉사일자(date) :06. 6.18 및 0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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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서 육십갑자를 맞이하고도 반 십 년이 지나고 있다.
나의 지인 중에는 재벌도 있고, 큰 기업의 사장, 회장도 있다.
그 뿐인가, 국회의원, 총리, 장관도 있고, 대법관, 검찰총장도 있고, 대학총장, 언론사사장
도 있다.
그들은 출세 했고, 훌륭한 분들이다.
다들, 부족한 것 없이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런데 딱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가?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물어보니까 한결 같이 ‘여유’ 타령을 한다.
나에게는 그들에게 없다는 ‘여유’가 있다. 적어도 지금은.
지금은 욕심도 없고, 계획도 없다.
다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고, 즐기고, 최선을 다 할 뿐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봉사 활동’ 이다.
그것도 ‘자원 봉사’ 이다.
자발적으로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그러니 욕심을 낼 수 도 없고, 계획을 세울 수도 없다.
자원 봉사라는 것이 욕심 부려서 되는 일이 아니고, 더구나 계획을 만들어 되는 일도 아니
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언제 어디서 어떤 일로 만나게 될지, 정말 미리 알 수 없는 노
릇이다.
한번은 00경찰서의 당직 경찰관이라면서 전화가 걸려왔다.
일요일 오전 10시경이었다.
카나다에서 우리나라에 관광 온 18명 일행 중 한 여행자가 종로의 어느 여관에서 숙박하
다가 손가방을 도난 당했다는 것이었다. 그들 일행은 내일 저녁 출국을 해야 하는데 그 손
가방 안에 여권 및 신용카드 그리고 얼마간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문제는 임시여권을 발
급 받으려고 하니까 주한 카나다 대사관에서 여권분실 신고필증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였
고, 이 사람은 00경찰서에 와서 분실 신고필증을 요청하고 있었다.
경찰관의 설명은 ‘도난 신고필증’은 4-5일 시간이 필요하니 지금 당장 발급이 불가능하고
대신에 단순 ‘분실 신고필증’을 발급해 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왜 시간적 차이가 나느냐는 나의 질문에 도난신고는 반드시 현장확인을 해야 하고 수사
이첩 등 내부보고와 결재 등의 절차가 필요하므로 발급이 간단하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카나다인은 자신이 분실한 것이 아니고 도둑을 당한 것이므로 도난신고필증을 꼭
받아야 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여행객을 설득하는 일만이 해결의 정답인 것 같아 도난 신고
필증은 왜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설명해 주는 것으로 나의 할 일은 완료 되었다.
경찰관에게 선처를 부탁하고 여행객이 예정 되로 무사히 귀국할 수 있기를 기원 하였지
만, 손가방을 도난 당한 사람의 입장이 얼마나 난처하고 황당했을까 정말 안타까운 일이
었다.
어제 일요일 밤에도 전화가 한 밤 중에 걸려 왔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반이 조금 지나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아 보니, “송파경찰서 ㅇㅇ 지구대 ㅇㅇㅇ 인데요. 이 분 이야
기를 듣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봐 주세요.” 하지 않는가?
사정을 들어보니 관광 온 어느 일본인이 자기 숙소를 찾지 못해 애태우고 있었다.
숙소(어느 모텔)의 이름, 전화번호, 장소 등 어느 것 하나 아는 것이 없었다. 혼자 버스를
타고 10 여분 지나서 식당이 많은 듯한 곳에 내렸다는 사실 밖에는 ……
더구나 술을 한 잔 걸친 듯 그 분의 말에는 이미 조리가 빠져 나간 뒤였다.
칠 팔분의 통화 끝에 간신히 버스를 타고 출발한 장소의 단서를 찾아내어 경찰관에게 설
명하고 길 안내를 마쳤으나, 이미 잠은 다 달아 나고 말았다.
그러나 짜증스럽지도, 한 밤 중에 전화 걸려 온 것이 원망스럽지도 않았다.
길 잃은 그 여행객이 무사히 숙소에 돌아가 편히 쉴 수 있기만 바라고 있는 내 평상심이
뿌듯하고 고마웠을 뿐.
이 자원 봉사는 2002년 봄 한.일 월드컵 행사 때 시작 된 bbb 운동( 휴대전화를 통한 언어
문화 봉사 운동)의 일환으로 영어 와 일어 두 분야에 등록을 하여, 지금 까지 활동이 계속
되어 온다.
2년간의 봉사 실적이 집계된 결과, 봉사 실적이 두드러져 정식 membership I.D.를 받은
날이 2004년 4월 20 일 이다. 요사이는 국제행사가 많아져서 그런지 심심찮게 전화 연결
이 생긴다. 나에게 연결되는 전화는 영어가 반 이고 일어가 반 이다.
봉사란 나를 낮추어서 남을 받드는 일이고, 돌보는 일이고, 섬기는 일이고, 도움을 주고,
베푸는 일이다.
나는 봉사의 철학적 개념을 내 나름대로 이렇게 파악하고 있다.
봉사란 “전체에서 나와서 전체로 돌아 갈 수 있는 유일한 ‘첫걸음’이다.” 라고.
이것은 내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이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현역 시절 조직생활을 할 때는,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해왔다.
비록 내가 내키지 않았고, 즐거워하지도 않았고,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이라도,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한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꼭 해야 할 일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계획이 없으니까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없는 것이다.
다만 그때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오늘이 중요하고, 지금이 중요하고, 이 순간이 제일 중요하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제일 중요하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나는 그 사람을 위해 ‘자원 봉사’한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내 몸이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에 감사한다.
오늘도 내가 할 일이 너무 많은 것에 너무너무 감사한다.
내가 하는 일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아무리 하여도 생전에 내가 다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 나는 할 일이 무진장 많은 사람이다.
사람이 열심히 일하다가 갑자기 할 일이 없으면 ‘우울증’에 걸린다고 하는데, 할 일이 계
속 생기니 정신질환에 걸리지 않아서 감사하다.
지난번 나의 생일 날 아침에 아들이 보내 준 생일카드에 “여유롭고 풍요로운 나날이 계속
되시기를…. 생신 일에 아들 올림” 이라도 쓰여 있었다.
이만하면 나의 ‘여유’는 아들로부터 검증을 받은 셈이 아닐까?
‘여유’는 일차적으로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하고, 그것을 즐길 수 있을 때 생겨나는 ‘향기’ 같은 것이
다.
좋은 향기를 내 뿜고 있는 나무들처럼,
나도 좋은 향기를 풍기는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和元 김진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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