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 아랍어

2014.05.22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기타#기타

  그동안 꼭 수업중일 때 전화가 와서 계속 전화를 받지 못하다가 방금 전화가 딱 와서 받았습니다. 지방의 파출소에서 온 전화였는데요.

 이집트 여성분이 예멘인 남자친구분과 여행을 하는 도중에 남자친구가 자기 돈이 들어있는 가방을 가져갔다고 돈을 돌려 받아야 한다고 하며 파출소에 두분 다 와 계신 상황이었어요.

 그 두 분은 그저께 결혼을 한 사이였는데 여성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원래 이슬람법식으로 결혼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사관에서 서류작업만을 한 것이었기에 자신은 서류에 나와있는 영어도 잘 모르고 해서 이 결혼은 진짜가 아니고 본인은 피해자이며 남자분께서 거짓말을 하고있다고 주장하시더라고요. 이런저런 정황이 있지만 그냥 남자분이 가져간 돈을 받기만 하면 본인은 가겠다 라고 하셨어요.

 반대로 남자쪽에서는 오히려 여자쪽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고, 길거리에서 본인을 때리고 자신이 많이 맞았다며 한국인 증인들도 있다고 하셨어요. 돈은 어디있냐고 했더니 자기는 돈이 없고, 여자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며돈은 서울 가서 주겠노라고, 근데 이 돈은 그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는 돈일 뿐이라고 말하십니다.

 어느 분이 진짜 이야기를 하는 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두분 다 굉장히 흥분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해 주시는데다 두분의 국적이 달라서 두가지의 방언을 한꺼번에 들어야 하는 것도 그렇고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는데 최선을 다해서 통역했습니다.

 한편 파출소에서는 두 분이 부부니까 두 분이 해결해야 한다며, 서울에 가서 돈을 주든 어떻게든 해결하셔야하고 파출소에서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해서 그렇게 전달해 드렸습니다. 여자분께서 남자가 서울에 가서 돈을 주지 않고 도망가 버릴까 봐 걱정하셨는데, 그것도 역시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하셔서 또 그렇게 전달해 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자분께서 이집트 대사관의 연락하기를 바란다고 하셔서 경찰분께 대사관 연락처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드리고 통역을 마쳤습니다. 쉽지 않은 통역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