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oo / 러시아어
2014.06.25두 번째 통역 이야기(러시아어)
 지난 번 봉사 이야기를 작성하고 어느덧 4개월이 흘렀다.  나의 첫 번째 이야기도 여러차례 통역을 하고나서 그간의 이야기를 적었는데 이번에도 4개월간 쌓여있는 이야기가 많다. 통역 전화를 마친 후 바로바로 기록하면 좋겠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가보다. 그렇기에 이미 기억에서 멀어진 통역 사연도 있고 그 중엔 인상 깊게 남은것도 있다.
BBB에서 러시아어 통역봉사를 하면서 느끼는건 언어의 특성 때문인지 걸려오는 전화의 패턴이 비슷하다는 점..  즉, 한국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통역을 필요로하고 불편을 느끼는 부분은 대체로 비슷하다는 것이다. 통역 전화 10번중에 4~5번은 인천공항에서 걸려온다. 이것은 국내에 체류하거나 관광을 온 외국인이 겪는 불편이 아니라 그저 공항에서 트랜짓(경유) 하며 생기는 의사소통의 문제였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하기에 공항임에도 불구하고(공항이야 말로 국제적인 공간 아닌가) 문제가 생겨서 BBB로 연결되는 것인데 그 사연은 항상 비슷하다. 인천공항이 여러언어를 다 제공할 필요는 없지만 반복되는 불편사항에 대해서는 안내에 신경만 써주면 해결될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 내용은 - 중국에서 출발한 항공기로 한국을 경유하여 러시아로 돌아가는 승객들에게 한국 여권 컨트롤을 지나서 나오면 안되고 경유구역 안에서 대기하다가 그 안에 호텔에서 머물고 경유비행기로 출국해야한다는 -  어찌보면 당연하고 쉬운 안내지만 이게 제대로 승객에게 전달이 되지 않아서 공항직원들도 당황하고 한국에 첫발을 내딘 외국인도 불편을 겪어야 하는게 현실이다. 내 생각에는 이러한 경유노선을 판매하는 항공사측에서(아시아나를 많이 이용하신다) 인천공항에 내리면 여권검사하는 곳으로 가지말라고 안내만 해줘도 현재보다는 불편이 줄어들거라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는 국내에서 직접적으로 통역이 필요한 상황들인데 병원, 택시, 호텔, 경찰서 등으로 연결이 많이 된다.
병원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항상 긴장이 되고 통역을 잘 해야 할텐데 라는 부담감을 가지고 전화를 받는다. 나도 유학시절 언어가 서툴때는 어디가 아파도 병원에서 설명하기도 힘들고 들어도 잘 모르니 그냥 참고 넘어갔던 것이 기억난다. 그렇기에 한국 병원을 이용하는 외국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신경이 더 쓰여진다. 
기억에 남는 안타까운 사연을 적어보자면,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는데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여자분이 울면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한국어는 거의 통하지 않고 영어도 하지 못해 BBB에 전화하셨다고 했다. 내가 전화를 받아 사연을 들어보니 우즈벡키스탄에서 온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인데 한국 남성과 결혼을 하여 2달 전에 한국에 왔다고 했다. 하지만 우즈벡에서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알았던 남편의 성격이나 행실이 현지에서 만나고 결혼할때 모습이랑 전혀 달랐고 술을 먹으면 폭력을 행사한다고 했다. 그리고 남편의 집안사정이나 여러 상황들이 처음 알던 것과 많이 달랐다고 했다. 경찰서에 와있는 이유도 남편이 폭력을 휘둘러서 구타 당하다가 도망나왔다고 했다. 본인은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가고 싶고 현재 남편과 같이 살기를 원하지 않았다. 경찰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소 작성을 위해 인적사항을 통역해주니 나에게 울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제발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경찰서 다녀온걸 알면 폭력을 당하기 때문에 집에 안돌아가고 있어도 되냐고 물어서 경찰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경찰서에서 지원하는 외국인 상담과 통역사를 불러서 해결 하는걸로 일단락 되었다. 이 통역 전화를 접하고 그 동안의 통화했던 상황들과는 다른 기분이 들었다.  그 여성분의 두려워 하는 심정이 전해지고, 아무하고도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들어주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나라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한편으로는 BBB의 언어통역 봉사가 아니였다면 이 안타까운 여성의 사연은 어떻게 전달되어 해결되었을지.. 새삼 BBB의 활동이 보람되이 느껴졌다.  BBB 봉사는 전화상의 말 몇마디 봉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때로는 말 몇마디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생각하면 그 부분을 해소 해줄 수 있는 BBB는 작은 봉사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시간이 지날 수록 BBB봉사의 가치를 몸소 느껴가며,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도 다른이에게 도움이 되는 ``나`` 가 될 수 있다는 것은 BBB봉사자로서의 자부심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