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미 / 폴란드어
2014.07.21분실과 도난, 그리고 외국인등록번호
지난 주말 아침, 핸드폰이 울려서 보는데 BBB였습니다.
급하게 목을 가다듬고 받았는데, 경찰서였습니다.
폴란드 여학생이 지하철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도난신고를 하려면 외국인등록번호가 있어야하는데,
이 학생이 기숙사에 외국인등록증이 있다고 하니, 경찰관과 동행하여 기숙사에서 외국인등록증을 가져오게 해달라는 통역 요청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통역 요청이었기 때문에, 폴란드 여학생과 통화를 하여 들은 대로 통역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통역을 하면서 대화 중에, 경찰과 여학생 사이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여학생은 무비자로 들어왔고 한달 정도 거주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외국인 등록증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당황한 저는 다시 경찰 분과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담당하시는 분도 굉장히 당황스러운 눈치였습니다.
등록번호가 없으면 도난 신고를 할 수가 없고, 분실신고를 해야하는데,
주말인데다가 학생이 마지막으로 지갑을 본 시점에서 잃어버린 것을 인지한 시점까지의 구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경찰 분들도 많이 어려워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도와주고는 싶으신데 상황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일단 LOST 112라는 사이트에서 분실신고를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만 지원하기 때문에, 한국인 친구와 함께 해야한다고 하셨구요.
여학생에게 그대로 통역을 해드렸는데,
굉장히 우울해하시면서, 보험 관련 서류를 떼서 보험회사에 제출해야한다며, 분실신고서를 요청했고,
경찰 분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대로 전해드렸습니다.
경찰분들도 안타까우셨는지, 서류 제출이나 기타 여러가지로 문제가 생기면
꼭 내일 다시 방문하라고 전해달라고 하셨고, 학생도 매우 안타까워 하면서 통역이 끝이 났습니다.
잠시 방학을 맞아 한국에 공부를 하러 온 학생 같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꼭 지갑을 다시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폴란드로 돌아갈 땐 나쁜 기억만 안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