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서윤 / 영어
2014.09.25택시에서
 나른한 오후에 걸려온 BBB 전화.
전화를 받자 택시기사님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손님이 어디를 가는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손님은 서초동 1238-**번지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이미 몇 차례 기사님께 설명을 드려도 소통이 안되서 그런지 몹시 짜증이 섞인 목소리였다.
기사님께 주소를 설명 드리자, 주행 중이라며 정차를 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의 목적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을 하여 이리저리 길을 헤매었을테고,
주행 중에 전화를 받는 것도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택시 기사님이 정차를 할 때까지 전화를 들고 기다렸다.
기사님이 정차를 하시고,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시는데 자꾸 번지 수를 틀리게 말씀하셔서 네댓차례 다시 불러드렸다.
혹시 번지를 틀리게 입력하셨을까봐 외국인에게 번지수 말고 빌딩 이름을 아냐고 묻자 대답해주었다.
외국인은 ``나라빌딩``으로 간다고 했다. 수차례 서초동 ``나라빌딩``이라고 말을 했을텐데도 기사님이 잘 못 알아 들으셨던 모양이다.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를 제대로 알려드렸고, 기사님이 다시 택시를 출발하여야 한다며 전화를 끊으셨다.
 
BBB 전화를 끊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 외국인 나에게 ``내래빌딩(발음그대로 쓰자면..)``에 간다고 했다.
영어를 조금 할 수 있다는 재능 때문에 나는 그가 하는 말을 쉽게 알아 들었지만,
연세 지긋이 드신 기사님이었다면 쉽게 알아 듣지 못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여행시 목적지를 제대로 말하지 못해 소통이 안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종종 경험을 하고는 했는데, 아마 이 외국인도 그랬던 것 같다.
그 외국인이 무사히 목적지까지 같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