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시현 / 중국어

2014.12.19

택시에서 걸려온 난감한 전화

#기타#기타

작년 이맘때였던 것 같습니다.

밤 12시쯤에 통역 요청이 왔는데 택시기사님이셨습니다. 중국 손님이 어디를 가려하는지 물어봐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늘상 있는 요청건으로 판단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중국분과 통화하다가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었습니다.

"내가 중국에서 출장와서 내일 돌아가는데 오늘 한국 여성과 밤을 보내고 싶다." (대충 이렇게 의역해서 적습니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와 이거 어떻게 해야하나. 이걸 그대로 통역하는게 맞나 싶었습니다.

일단 중국 손님 입장을 그대로 전했는데 택시기사님으로부터도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었습니다.

"아 연애를 하겠다는거네... 그것도 종류가 있잖아유... 술을 먼저 먹겠다는 건지 아니면 다른건지... 그걸 좀 물어봐유..." 

아흑... 저는 상대방의 입장과 의도를 확실히 알기 위해 난감한 추가설명을 해야했고 결국 우선 술집에 가겠다는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그 와중에 중국 손님은 제게 가격을 물어봅니다. 얼마가 드느냐고...

잘 모른다... 하지만 당신이 이미 좀 취해 있고 그리고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데 분명 바가지 씌우지 않겠느냐...

위험하다. 돌아올 때는 또 어떡하느냐...

중국 손님이 고민하는게 느껴졌습니다. 그럼 알겠다고 호텔로 그냥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어느새 통역봉사자의 중립을 어기고 설득을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택시기사님은 손님을 태우고 이동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뭐래유. 간대유 안 간대유."

"예, 제가 대충 설명을 드렸는데요, 가격 때문에 좀 고민이 되시는 것 같은데 안 가실 것 같아요."

"에히... 알았어유 일단 끊어봐유."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통역이 아니었고 중립을 지키지도 못했습니다.

다시 전화가 걸려오겠다 싶어 휴대폰을 잡고 있었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고 그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직도 가끔 어떤게 가장 바람직했는가를 생각해봅니다.

언어적 요소만 그대로 통역하고 빠지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것 같고...

사견을 넣어서 건의라는 명목으로 의사를 전달하자니 통역봉사자로서 선을 넘은 것이고...

여러분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임하시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아 그리고 담당자님 중국어 봉사자 명단에 제 이름이 안 보여서요. 확인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