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빈 / 일본어
2015.07.04세상에 이 일을 알려 달라는 할아버지의 전화
토요일 아침 9시.
단잠에 빠져 있던 중에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야' 하고 바라본 화면에는 bbb자원봉사 라는 글이 찍혀 있었다.
잠이 확 깸을 느끼며 평소에는 눈 뜨고도 뒹굴거리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전자사전과 메모장을 찾았다.
전화는 경상남도의 한 보호기관이었다.
발신자는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시는 68세 할아버지였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 한국어를 할 수 없어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 전화를 하셨다고.
전화하신 이유 자체가 세상에 알려달라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말을 가감없이 풀자면 다음과 같다.
자신이 일본에서 国賊(우리말로 하면 역적)이 되어 있다고. - 이 사실도 한국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고 하셨다.
7년동안 일을 하면서 보수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자신은 사람의 몸을 낫게 하는 일 (의사는 아닌데, 민간치료와 같은)을 했다.
일본에서는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서 (살인행위를 해서) 나를 심신미약자로 만들었다.
지금은 자신의 기술이 좋아져서 거의 다 치료했다는 것.
몸이 나아지면서 자립하고 싶었지만, 돈을 받을 수가 없었다는 것.
인권상담을 하러 가도 일본에서는 인권보다 국익을 우선하고 잇기 때문에 상대를 해 주지 않았다는 것.
(이 일에 대해 나중에 일본 공안에서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일본에서 컴퓨터를 샀는데, 계속해서 바이러스가 들어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
(할아버지는 이것을 일본에서 자신이 입을 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4,5년 전부터 한국어를 배우러 다녔는데, 자신이 한국으로 도망갈까봐 항상 감시가 붙었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
겨우 6/24일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해 인천으로 오게 되었다고.
자신의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일본에서 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또 자신은 한국인이므로 한국에서 기술을 전해주면서 자신 또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살아가고 싶어서 한국에 오게 되었다는 것.
신문사(동아일보), 경찰서 등을 다니며 이 사실을 알렸지만, 부모가 한국에서 호적을 올리지 않아서 시민권을 얻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없는 돈으로 전전하다가 경남 함안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고, 이를 발견한 경찰이 보호센터에 연락하여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사실은 인권문제가 발달한 미국으로 가서 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지만, 돈이 없고, 자신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하셨다.
마지막으로 이 일을 가슴속에만 묻어두지 말고 제발 누군가에게 알려달라고 하는 전화였다.
일본은 외국인에 대해서 이렇다, 하는 것을 알리고 싶으시다고.
첫 전화였는데, 연세가 있으신 분이라 단어도 어렵고, 거기에 내용도 충격적인 전화여서 전화를 끝낸 지금도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가슴속에 묻어두지는 말라고 하셨지만, 사실 나는 내가 이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
정말 이 말씀이 사실이라면 덮어둘 수 없는 문제임에는 확실하다.
하지만 경찰에서도 언론사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도움을 얻을 수 없었던 할아버지.
보호센터 직원분에 말에 따르면, 오늘 아침에 마산 경찰서에서 데리러 온다고 하고, 부산 인권위원회를 거론하셨다고 한다.
꽤 긴 내용이었지만, 이것이 내 생애 첫 통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