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경 / 터키어

평소에 잠귀가 어두워 아침에 부재중 통역 전화가 온 것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고 걱정이 되었었는데,

오늘은 새벽 5시 15분 경 신기하게도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구 경찰서에서 온 전화였습니다. 경찰분은 일단 저에게 상황을 알려주셨습니다.

터키인 두 분이 클럽 테이블 위에 핸드폰과 담배를 놓고 춤을 추러 간 사이 한 사람의 핸드폰과 담배가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같이 CCTV를 보았지만 장소가 어두워 훔쳐간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기 어려워서 일단 핸드폰 신고를 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핸드폰을 잃어버리신 분은 술에 많이 취하신 듯하여 동료분과 통화를 했습니다.

동료분은 25일에 한국에서 출국을 하는데, 핸드폰이 그 후에 발견이 되면 터키에 보내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경찰분은 25일 후에 발견되면 터키에 보내줄테니 터키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어달라고 했습니다.

동료분은 지금 우리가 회사의 교육을 받으러 왔는데, 발견되면 그 회사의 한국 본사에 보내주면 그분들이 터키로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알고보니 제가 터키에 있었을 때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던 사람이어서 반가웠습니다.

통화가 마무리 되는 듯 했으나 갑자기 술취한 핸드폰 잃어버리신 분이 저에게, 핸드폰과 담배, 돈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아내가 지금 만삭인데 하루하루 전화통화를 못하게 되면 혹시나 임신인 상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면서 첫째 임신 때도 잘해주지 못했는데 둘째 임신 때도 이렇게 잘해주지 못한다면서 미안함을 말씀하셨습니다.

또 다시 통화가 마무리 되는 듯 했지만 동료가 핸드폰을 가져간 사람이 회색 모자, 회색 자켓,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클럽 안에 있는 카메라로 보기 어렵다면 밖의 카메라를 봐서 수사를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경찰분은 왜 그 사람이 핸드폰을 가져갈 때 저지하지 않았는지, 클럽 안에 200-300 명이 있는데 왜 그 사람이라고 확신하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수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경찰분은 핸드폰이 고가가 아닌 기종이기 때문에 발견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한국에서는 핸드폰이 발견되면 경찰서에 가져오거나, 'Lost 112' 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신고한다고 했습니다. 위의 방법으로 발견되면 회사 본사로 보내주겠다고 설명하셨고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경찰분이 분실 신고서를 작성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전화하신다고 하셔서, 다시 전화를 하시면 제가 연결이 안될 수도 있으니 그냥 진행하시다가 물어보시라고 하며 대기했습니다. 분실자명, 회사명, 핸드폰 기종, 색상 등을 통역했습니다. 원칙적으로 분실신고서를 분실자에게 주는 것이 맞지만 분실신고서를 주기 위해서는 핸드폰 고유의 번호를 찾아야 한다고(IMEI 번호를 말씀하시는 듯) 그 번호를 찾으려면 30-40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만약 동의를 한다면 신고서를 드리지 않으면 어떻겠냐고 물으셔서 터키분들은 비싼 핸드폰이 아니니 괜찮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발견되면 꼭 보내달라고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디에 태워다주면 좋겠냐고 경찰분이 물으셨더니 터키분들은 그 클럽 앞에 데려다 주셨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경찰분은 혹시나 다시 그 클럽 앞으로 가면 사고를 일으키지 않을까하여 걱정된다고 머무는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습니다. 터키분들은 그 클럽 앞의 치킨집에 꼭 가고 싶다고 했고, 경찰분은 새벽 6시에 치킨집이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터키분들은 그 치킨집이 그 시간에 여는 것을 안다며 가까운 지하철 역에 세워주면 찾아가겠다고 했습니다.

1시간 동안의 통역을 마치면서..같이 일했던 사람을 도와주라고 전화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신기했습니다.

또한 한국에 돌아온지 2년이 되어가는데, 터키어를 조금 더 잘 하도록 평소에 공부를 꾸준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전화를 받으니 그 쉬운 단어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오늘 통역 초반에는 많이 긴장 되었습니다.

저는 한 시간 통역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경찰분들은 새벽에 근무하면서 얼마나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고 계실지....

경찰분들 수고하시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