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경 / 러시아어

2016.03.19

자랑스러울만큼 친절한 우리나라 택시기사님♡!

#택시#관광안내
오랜만에 잠깐의 휴식을 즐기던 토요일 오후, 반가운 bbb코리아 통역요청 전화가 울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제주도에서 지금 러시아 손님을 태운 택시인데, 도통 말이 통하지 않아서 제대로 모셔온건지 걱정이돼서 도움받으려고 전화드렸습니다." 푸근한 기사님의 목소리에서 다급함과 걱정스러움을 느낄수있었습니다. 오늘도 쉬지않고 열심히 일하시다가 이렇게 bbb에 전화까지 주신 기사님의 모습에, 저 역시 실수없이 도와야겠다는 마음으로 전화볼륨을 높였습니다. "이분들이 여기까지 태워달라고 한 것 같아서 한 20km 넘게 모시고왔는데, 정작 오고 나니 목적지가 아닌 것인지 확실치가 않은 모양이예요. 목적지를 정확히 확인 좀 해주시겠어요?" 그러자 러시아분들은 곧바로 수화기에 대고 "안녀허쎄여!"하고 제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통역전화 중에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어로 인사한건 처음이라 반갑고 흐뭇한 웃음이 났습니다. 그분들에게 지금 가고자하는 목적지가 정확히 어딘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러시아어로 "이미 목적지 부근에왔는데, 다만 여기서 한 1km정도만 더 가주면 우리가 보다가 목적지를 발견할수 있을 것 같다" 고 했습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기사님은, 다행이라는 듯 말했했습니다. "어휴 그래요! 그럼, 이 전화를 끊으면 제가 말을 또 못하니까, 미리 좀 전해주세요. 내릴 곳이 보이면 말해주시고, 거기서 내려주고 저는 되돌아가겠다고요." 그대로 말을 전하니, 러시아 분들은 대뜸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럼 돈은 받지않고 그냥 가신다는거죠?" 저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러시아도 택시가 없는 곳이 아닌데, 왜 돈을 안내냐고 묻는거지? 저는 "내리기 전에 돈을 내시면 될겁니다."라며, 당연한 것을 알려주는 마음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더 당황스러운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런, 우리는 돈을 안내도 된다고 해서 탄건데, 그럼 기사가 우릴 속였군요. 분명히 돈 안받겠다고했는데, 우릴 속인거예요." 아니, 20km나 온 상황에서 돈을 안내는줄 알았다니! 기사님과 어떻게 소통이 잘못된건지 모르지만, 저도 모르게 기사님을 변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러시아 분들에게 이걸 어찌 설명해야할지 순간적으로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러시아분들은 자신들을 속였다는 말을 두차례나 강조하며 적잖은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기사님께서 전화를 끊을까봐 저는 급히 여쭈었습니다. 어떻게 상황을 수습할지 ... "기사님, 이분들이 택시비를 안내기로 하고 탄거라고 하시는데, 맞는건가요? 이분들은, 기사님께서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그러자, 의외의 대답이 들렸습니다. "허허허, 네 맞아요. 여기까지 대중교통으로 오는게 복잡해서, 이분들이 고생하느니 내가 그냥 무료로 태워다주기로했어요." 다행스러움과 함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면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통역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러시아분은, "오이 오이! 발쇼예 스파씨바!! (이런 이런! 대단히 감사합니다!!)" 를 연신 반복하며, 기사분이 이 지역에 사시는건지 물었습니다. 그 얘길듣자 저도 속으로, 이곳에 산다면, 돌아오는 길에 무료로 태워줄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기사님은, "아뇨! 저는 아까 이분들 태운 곳에 살아서 지금 다시 가야됩니다. 여기가 버스가 굉장히 불편하게 돼있는 곳이라 이분들 말도 안통하는데 오기가 힘들까봐..." 아! 저는 러시아분 못지않게 감격을 느끼며 더 우렁찬 목소리로 이 말을 전했습니다. 이에 러시아분들은, 이분은 정말 좋은 분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통화하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며 재차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짧지않은 거리를 보수없이, 러시아 통역도움 까지 받아가며 태워주신 제주도 택시기사님!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가장 가까이에서 한국을 보여주게 되는 분들이 바로 택시 기사님들 이라는 생각에, 새삼 큰 감사와 따뜻한 감동을 느끼며 통역을 마무리했습니다. 다음엔 꼭, 비비비를 찾는 기사님들께 이렇게 인사드려야겠습니다. "기사님,감사합니다. 안전운전하시고, 언제든 전화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