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 영어

2016.06.25

미시즈 홍콩 vs. 미스터 서울

#경찰서#사건/사고

최근 업무상 전화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해 봉사 콜을 자주 놓지던 터라 미안한 마음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 오후 통역봉사 우선 연결을 설정을 해두었습니다. 마치 "네 죄를 사하노라~" 라고 하듯..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 5통의 봉사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안타깝지만 그래도 봉사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한 건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경찰이 전화를 주셨고 택시기사님과 홍콩 관광객간의 시비가 있으니 이야기를 나눠봐 달라는 요청에 살짝 긴장도 되고 예전에 베트남에서 택시비 때문에 현지 경찰의 도움으로 중재를 받았던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택시기사님들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바가지를 씌운다는 뉴스가 TV에 나왔던 것도 문득 머리를 스쳐가기도 했구요~

 

통화자가 홍콩 관광객으로 바뀌더니 매우 화가나 있는 여자분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워낙 두서없이 이야기를 하신 터라 차례차례 물어 보니 사연은 이렇습니다. 

동대문에서 홍대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본인이 평상시 알고 있지 않은 다른 길들로 돌아 가더라.

택시 기사님이 처음에는 영어를 잘 하면서 응대를 하더니 이상해서 어디로 가느냐 왜 이리가느냐 물어보아도 영어 못한다고 하고 계속 돌아 갔다.

그래서 185,200원이 나왔다 

깜짝 놀랐습니다. 큰일이다 싶었구요 그래서 다시 한번 물어보고.. 200,000원 가까이 나온게 맞냐 했더니 맞다 하더군요

 

경찰관을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18500원이 나왔고 홍콩 관광객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저에게 한 자리를 더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택시 기사님은 주말이고, 시위가 있어서 서울 중심가를 관통해가는 것보다는 중심가를 빠져나가 이태원,삼각지를 지나 홍대로 넘어가는 것이 빨리 간다 판단하셨다는군요~ 

 

이제는 홍콩 관광객과 다시 통화해서 흥분을 가라앉도록 설명을 해야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분의 주장은 만원 조금 넘는 금액으로 다녔는데 18500원은 너무 많다 12,000원만 주겠다고 합니다. 보통 나오는 금액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택시기사 임의로 경로를 선택해갔고 의사소통이 되는 것처럼 해서 태워놓고 정작 질문에는 제대로 답도 하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상한 기분, 의심하는 마음은 풀지를 못하는 듯했습니다. 

 

택시기사께서는 추어도 관광객을 속일 생각은 없었다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다. 혹시나 의심이 남아 있다면 차라리 택시비를 받지 않겠다. 관광객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고싶지 않다고 하셨고 이 내용도 같이 이 관광객에게 전해드렸습니다. 

 

통역을 하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절대 내 의견을 넣으면 안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운전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택시기사님이 선택한 경로는 빨리 갈 수 있고 주말교통 정체를 피해갈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짐작이 됩니다. 

그러나 이 홍콩 관광객은 타지에서 긴장한 탓에 택시기사님의 배려가 사기인 것으로 이해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택시 기사님은 한국인이 승객이었다면 이런 집회 정보를 공유하면서  손님이 원하는 길이 어디냐고 물어 어느쪽 길로 갈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을 텐데 아마 그 과정을 거치지 못했고 이런 일로 오해가 생겼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과잉 친절로 인해 겪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겪게 되신 것일 수도 있구요 만약에 을지로 쪽으로 갔다면 관광객이 문제 상황을 이했을 수도 있고, 또는 도로 상황이 좀 더 괜찮아 비슷한 시각에 짧은 이동거리로 더 적은 금액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종합교통정보센터 에서 확인해보니 마로니에→종로5가→종로3가​ 에 이르는 행진 집회가 있었구요, 기사를 확인해보니 시청앞 광장에서도 집회가 6시경에 있어 교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도 확인이 됩니다. 거기다 최근 남대문 시장에서 서울역 후문쪽으로 넘어가는 고가도로도 서울시에서 폐쇄하여 퇴계로도 평상시에 정체가 발생하는 구간입니다. 정황상, 종로,을지로,퇴계로 3개 주요 도로가 정체가 예상되는 상황인 거죠. 

  

 

위 이미지를 보시면 빨간색 실선이 이 택시 기사님이 선택하신 경로였을 것 같은데.. 아마 여러분들도 택시기사의 고충이 이해가 가면서도 많이 돌아갔을 거라는 것도 이해가 충분히 될 겁니다. 그래서 결국 제 의견은 절대 반영되지 않도록 상세히 설명을 했고 관광객이 안 좋은 이미지를 갖지 않도록 그리고 택시기사님도 손해가 나지 않도록 서로의 의사를 최대한 정확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리의 봉사는 서로가 현장에서 스스로의 생각으로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당사자들의 생각을 전달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