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oo / 중국어
2017.01.09통역자는 컴퓨터가 아닙니다...
새해 1월 7일 오전 01:35분 경 서울 동대문에서 세종호텔 가는 택시 중국 승객이 지갑을 차에 두고 하차했다. 뒤늦게 알았지만 택시는 이미 떠났고, 당황하다 마침 지나는 경찰차를 보고 도움을 요청해 순찰차 직원의 통역 요청이었다. 중국 여성 두 분이었는데 택시 번호를 알지 못하면 찾을 수 없고, 주변 도로에 CCTV 도 없어 확인 불가한 상태였다. 그래도 혹시 다른 승객이 지갑을 발견하면 신고할지 모르니까 분실신고를 하러 파출소로 이동했다.
거기까지 1차 통역을 마쳤는데 10여분 뒤 파출소에서 동일 순찰차 직원이 통역 요청을 하는데 중국인의 인적사항, 지갑에 있던 신용카드, 중국신분증, 중국현금 등을 신고했다. 그나마 여권은 소지하고 있었다. 연락처를 남겼으니까 습득 신고가 들어오면 연락해 주겠다는 통지로 2차 통역을 마쳤다.
그렇게 통역은 마쳤지만 무엇인가 개운치 않았다. 경찰에게서 느끼는 고정관념이나 선입감을 떠나 강압적 업무처리 태도이다. 중국인은 안절부절 어떻게라도 경찰 도움을 받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경찰은 차 번호 모르면 못 찾고, CCTV도 없다는 부정적인 상황만 설명했고 마지못해 중국인의 요청에 의해 파출소로 이동 분실신고를 받았다. 그 접수 과정에서도 마치 범죄인을 취조하듯 다그치며 통역을 빨리빨리 하라고 재촉했다.
더 어이없는 것은 지갑에 중국 돈 4,300원이 있었다는 통역을 하자마자 중국 돈 4,300원이면 한국 돈으로 얼마냐고 다그치듯 물어왔다. ( 이 양반 경찰 맞아...? 통역자가 환율까지 꿰고 있다가 그것을 계산해 즉답하는 컴퓨터로 알고 있나...) 그러지 않아도 마치 범죄인 취급하듯 질문하기에 은근 부아가 나있는 상태였는데 그런 질문까지 받으니 짜증이 울컥 났다. 새벽 2시 이었다.
하지만 자원봉사라는 것이 무엇인가...? 스스로 원해서 국가, 사회, 남을 위해 힘을 바쳐 애쓰는 일이다. 즉 자신의 유익이나 자신을 위함이 아닌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인데 순간적으로 경찰의 태도에 대해 부아가 나서 봉사의 숭고한 의미를 상실했다. 봉사의 기준은 나의 필요에 의한 수단이 아니라 타인의 필요에 의한 목적인 것인데 은연중 내 필요에 의한 타인이 수단으로 된 것이었다.
제대로 된 언어봉사를 위해서는 유창한 언어 구사만이 아닌 해당 국가에 관련된 일반적, 개략적, 지식이나 상황도 꾸준히 공부하고 습득하고 있어야 그때그때 돌발 상황 필요에 따른 원활한 통역이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실제 통역 시간은 몇 분 안 되지만 그 몇 분을 위하여 몇 시간, 며칠의 수고도 아끼지 않는 관심, 열심, 그리고 겸손과 섬김의 자세가 병행되어야 진정한 언어 봉사의 고수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