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oo / 영어

2017.02.15

새벽 두시에 경찰서에서 결려온 전화

#경찰서#분실신고
새벽2시, 평소보다 늦게 잠자리에 드려고 누웠는데 갑작스레 BBB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너무 놀라서 바로 받았는데, 경찰서에서 요청한 통역이었습니다. 종로경찰서 이** 경장이라고 소개해주신 경찰관이 통역을 부탁한다고 정중히 말씀하셨습니다. 이 새벽에 경찰에서 무슨 일이 있는걸까 하고 내용을 들어봤더니, 물건을 분실한 일본 여성분이 분실 신고를 접수하려는 참이었더군요. 정확히 어디서 어떤물건을 언제 잃어버렸는지 물어봐달라고 해서 일본인에게 전화를 바꿔서 영어로 물어보았습니다. 종이에 적힌 주소를 읽는 듯한 말투 종로16길 32-4 클로이호스텔(크로에 호스테르 C.H,L,O.E)라고 말씀하셨고, 지갑을 오늘 아침에 호스텔 근처 길에서 잃어버렸다고 하셨습니다. 경찰관이 한번 더 물어보길, 어떤 지갑이고 무슨 물건이 있었는지, 그리고 언제 귀국 하시는지 물어봐달라고 하셨습니다. 금색지갑에 현금6천엔, 7만원, 일본정부에서 발급한 아이디카드, 의료등록증, 도서관대출증, 포인트카드가 있다고 하시더군요. 지갑 브랜드 이름이 있으면 종이에 적으라고 제가 말씀드렸고, 종이를 경찰관한테 보여주라고 했습니다. 그 외에 일본인의 귀국이 언제인지, 어떤 경위로 잃어버렸는지에 대해 자세히 묻고 답하는 말들이 오갔고, 새벽 두시에 온 통역은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잠이 오는 늦은 시간에 전화가 와서 당황스러웠는데, 경찰관님이 통역을 정중하게 요청해주셔서 정신이 반짝들었습니다. 불을 캄캄하게 다 끄고 누운 상태라 메모지와 펜을 준비하지 못한 채로 말로만 통역을 해드렸습니다. 때문에 제가 상세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까봐 주소, 지갑브랜드 이름 등은 종이에 적힌 것이 있다면 직접 경찰에게 보여주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경찰관한테는 기억나는대로 주소를 읊으면서 정확한 주소는 종이에 적힌 것을 참고 하시면 된다고 하고 호스텔 이름을 명확하게 드렸습니다. 말씀을 듣다보니, 지갑을 잃어버린 분은 일본어만 할 줄아는 남성분이었고, 일본어-영어를 할 줄아는 여자친구가 경찰과 영어로 소통이 되지 않자 경찰관이 저에게 영어-한국어 통역을 요청했던 것이었습니다. 당장 오늘 8시간 후 오전 10시 30분에 일본으로 귀국하신다고 하신다고 들었는데, 어제 아침에 길에서 잃어버린 지갑을 어떤 수로 찾지, 경찰서에서는 이렇게 금방 귀국하는 사람의 물건을 찾아줄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늦은 새벽에 몇 시간 후면 떠나는 거의 찾지도 못할 관광객의 지갑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시는 경찰관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찰관이 부탁하길 '지금 많이 아파 보이시는데, 구급차를 불러드릴까요? 몸이 많이 불편해보이세요' 라고 하시더라구요. 일본인에게 그대로 물어보았더니, '아니요 몸이 아픈건 아니고, 여행을 왔고 지갑까지 잃어버리고 이 늦은 밤에 경찰서에 와서 쉬지도 못하는 것 때문에 제가 힘들어서 그래요. 이따가 따뜻한 방에 가서 쉬면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대답하시더라구요. 말은 통하지 않지만 친절한 마음씨를 가진 경찰관의 말을 그대로 전달해드리고 싶었는데, 그 쪽의 상황이 정신없는 것 처럼 보여 마지막 말은 전달해드리지 못한 채로 통역을 끝냈습니다. 늦은 밤에 제 목소리도 많이 잠겨있고, 피곤한 상태여서 전화가 온 것에 처음엔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중요한 상황을 해결하려는데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금방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나니 호주 여행를 할 때 브리즈번에서 여권을 잃어버렸던 적이 생각이 났습니다. 쇼핑몰을 돌아다니다가 밤에 시티에 있는 식당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중 들고 있던 여권이 갑자기 없어진 것을 알고서 근처 들렸던 곳, 경찰서, 쇼핑몰 등 신고할수 있는 분실문센터에 제 연락처를 남겼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잠도 못이뤘는데 고맙게도 다음 날 오후에 쇼핑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 동양인 남성이 여권을 주고 갔다며 와서 찾아가라고 하시더라구요. 외국에서 여권만큼 중요한 물건이 없는데 그 때 기쁘게 찾았던 경험을 생각하니 제 수고가 결코 헛된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