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원 / 러시아어

2017.03.10

해피엔딩

#소방서#사건/사고

 

어제 신입 봉사자 간담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공교롭게도 bbb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받아보니 한국인이 전화를 걸었고 지금 러시아인이 무슨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통역을 부탁한다고 하셨습니다. 러시아인과 통화를 해 보니 아이가 많이 다쳐 피가 많이 나는 상황이었고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한국인을 바꿔 달라고 하니 한국인이 없다고 했습니다. 제 말이 잘 전달이 안된것 같아 다시한번 말씀 드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국인이 없다는 말 뿐이었고 저보고 구급차를 불러달라는 식으로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저는 전화통역 봉사자이기 때문에 제가 구급차를 불러드리기는 물리적으로 조금 어렵고 한국인을 바꿔드리면 상황을 전달해 드리겠다고 했으나 계속 한국인이 없다고 대답하셨습니다. 부인분을 바꿔주셨는데 제가 다시 같은 말을 하니, 러시아어만 구사하시면서 본인이 한국인이다라고 하셨기에 저는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아기 울음소리도 들리고 상황이 급박한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말이 안통해서 너무 답답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다시 한국사람이 전화를 받았고, 저는 한국인을 바꿔주신 줄 알고 상황을 이야기 하고 종이와 펜을 이분께 건네드리면 제가 이분보고 주소를 적어서 드리라고 말씀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한국인 분도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셨고 누구한테 종이와 펜을 주냐고 되물으셨고 저는 러시아인에게 드리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렇게 서로가 어리둥절 한 채로 몇 마디가 오고 갔고 알고보니 이분은 소방서에 계셨고 소방서에서 시도한 삼자통화로 러시아인과 제가 연결 된 상태였었습니다.

 

그제서야 상황이 이해가 갔지만 제가 너무 시간을 지체한 것 같아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소방서 직원분께서 끊었다가 다시 연결을 해 주셨고 제가 주소를 물어보고 전달해드리겠다고 하고 러시아인과 이야기를 해 보니 이분은 한국어로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시간은 흘러가고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서로 답답한 상황이었는데 러시아분이 갑자기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데려올테니 끊지 말아달라고 하셨고 동네 주민을 데려오셔서 저와 그분, 소방서 직원분 셋이서 삼자통화를 동시에 진행했고 해당 주소로 구급차를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구급차를 부르고 마지막으로 러시아인과 다시 통화가 연결되어서 다 해결되었고 지금 바로 구급차를 보내드리겠다고 말씀 드리고 통역을 종료하였습니다.

 

지금까지 200통 가까이 통역봉사를 수행했지만 모두 바로 옆에서 전화기를 주고받고 하는 식으로 진행했었고 삼자통화를 해본적이 없어서 사실 상황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처음에 좀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상황 파악 후엔 빠르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했고 긍정적으로 통역을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통역 불과 한 시간 전에 신입 봉사자 간담회에서 긍정적인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걸려오는 전화는 폭행, 법 위반 등 부정적인 상황이 많고 제가 통역해야 하는 내용도 거의 한국인에게 이런 상황을 통보하거나 혹은 러시아인에게 위법에 대한 처벌 내용을 통보하는 식이어서 좀 아쉬웠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건의 경우 제 통역으로 구급차를 불러서 좋은 결과로 상황이 마무리 되었기에 전보다 보람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고 직전에 있었던 간담회 생각도 나면서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