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옥 / 아랍어

2017.05.24

돈 없고, 말은 안 통하고, 몸은 아프고...

#병원#외국인_노동자

 출근하자마자 bbb에서 전화가왔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지원 사업부라구요.

리비아인이 병원에 왔는데, 무슨 일로 왔는지부터 여쭤봐 달라고 했습니다.

리비아인은 눈이 많이 아프고, 신장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라파엘 클리닉'이라는 곳에 갔는데 ,그곳 의사가 여기로 가라고 했다며 의사가 쓴 편지도 있다고 하더군요.

 

 의료원 관계자는 진료를 받으러 온 것인지, 의료비지원 신청을 하러 온 것인지 알아봐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몇가지 기본적인 사항을 먼저 체크해달라고 했습니다. 

한국인과 결혼한 다문화가정출신인지, 단순 외국인 체류자인지,

단순 체류라면 혹시 불법 체류중인 것은 아닌지말입니다.

긴 통화끝에 불법체류는 아니고,  비자는 아직 4개월여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의료원 관계자는 자비로 진료를 받고자 한다면 진료과로 안내를 해 드릴 수는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라파엘클리닉'이라는 곳은 교회가 운영하는 일종의 무료의료봉사서비스로 알고있고, 그곳에서의 진료는 무료지만,

그간의 경험상 '라파엘클리닉'이 외국인 환자를 국립의료원으로 보낸 적은 몇 번 있지만 한 번도 진료비를 대납 해준적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 사실을 리비아인에게 통역했습니다. 그는 의사가 편지까지 써주며 여기로 가보라고 했다며 그것은 치료비도 대신 부담한다는 의미일 거라고,

전화번호가 있으니 그 의사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했습니다.이부분에서 대략난감했습니다.​

 

옥신각신...ㅠㅠ 

의료원관계자는 라파엘측과 통화를 해봤지만 그 쪽에서는 이 리비아인 환자가  누군지 기억도 못한다는 냉정한 사실만 알려주네요.

또다시 두 측을 왔다갔다하며 통역을 한 결과, 

리비아인은 국내의료보험이 없고, 따라서 진료를 받을시 비싼 진료비가 청구된다는 사실, 

진료시 의사와의 의사소통을 도와줄 동행 통역도 없고, 

그나마 한국말 통역이 조금 가능한 리비아친구도 일을 하는 중이라 전화연결로만 통역이 가능하다는 사실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통화가 길어지자, 의료원관계자는 미안해하며  

비싼 진료비를 자가 부담할 용의가 있다면, 기꺼이 진료과로 안내해주겠다는 말만 다시 한번 전달해달라고 했습니다. 

저도 아침 회의시간이 다되어 여기까지만 통역이 가능했기로 그걸로  통화를 마무리했습니다. 

돈도없고, 말도 안통하고, 몸은 아프고....현실은 냉정하고...마음이 번잡해지는 통역이네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