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 중국어
2017.06.26목마른 소통의 징검다리가 되어...
인천공항 입국 통관 과정에서 중국인이 반입 불가한 식품을 가지고 오셨는데 검역소를 경유해 검사를 받거나 보관했다가 출국시 반환받던지 아니면 페기 처분을 해야 한다는 통역 요청이었다. 중국인은 반입 불가 처분에 대해 몹시 못마땅해 했고 일 하러 왔는데 언제 돌아갈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렇다고 어렵게 가져온 물품을 폐기 처리하기에는 너무 아까우니 선처해 통관 시켜달라고 부탁을 했다. 물품은 소시지, 닭 등의 가공식품을 포함한 10Kg 가 넘는 품목인데 직원은 보관 기간도 한정되어 있고 보관료도 적지 않다며 중국인에게 어떤 결정을 촉구하는데 중국인은 아쉽고 투덜대며 결정을 못 내린 상태에서 통화는 종료 되었다.
경기도 이천에서 행인이 콜센터를 통해 중국인의 길 안내, 수원 남부경찰서 경찰관이 중국인이 택시를 이용하고 요금을 지불하지 않는 심문 과정에서, 대구 수성경찰서 창동지구대에서 타이완인의 지갑 습득 후 찾아 주는 일로, 서울역에서 중국인을 태운 택시 기사분이 목적지를 정확히 알아봐 달라고, 경기도 평택의 한 병원에서 중국인이 치료를 받으러 오셨는데 상태가 어떤지 알아봐 달라는 등의 언어불통에 대한 호소를 실시간으로 접하게 된다.
이렇게 24시간 전국 각지에서 언어 소통이 안 돼 통역요청을 하시는데 관광지, 택시, 경찰, 병원, 백화점, 제주도등 지에서 빈번히 걸려 온다. 최근 부쩍 증가하는 곳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핸드폰 판매 대리점에서도 적지 않다. 국제결혼 증가 추세에 의해 중국인 여자와 혼인한 한국인 남자와의 문화, 관습, 소통부족으로 생기는 가정폭력, 가족분쟁 등의 부부싸움 통역 역할도 적지 않다. 언어가 소통되지 않음에 대한 오해와 이해부족에서 오는 다양한 분쟁과 마찰 등이다. 삶의 질(質)에 기본은 언어 소통에 있다. 봉사자는 그 길을 열어 주는 징검다리 디딤돌이다. 몇 분 정도의 짧은 시간 속에 다양한 사건과 생활 속 불편한 사례들을 전국 곳곳에서 요청 받다보면 언어불통은 사람이 떠안은 바벨탑 최대의 원초적 업보같다.
경찰서는 공공기관 이미지, 거기에 어떤 사건 발생에 의한 조서 작성 중에 필요한 통역은 조심스러워진다. 혹여 잘못 듣고 잘못 전달하면 그에 따른 어떤 재판 과정에서 판결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이다. 병원에서는 진료나 처방 중에 역시 소통이 잘 못되면 그 부작용에 대한 신체 질병에 대한 악영향이 우려되어 바짝 신경이 쓰인다. 통역은 숙달된 언어 능력이외에 상황 이해와 판단, 유효적절한 소통으로 양자가 흡족한 결말을 이끌어 내는 지혜로움도 있어야 한다. 해당 국가의 정세와 문화, 사회, 전반적 혹은 개괄적인 지식 습득은 물론 국내지역, 여행지, 관광지등에 대한 지명, 역사 등도 어느 정도 담고 있어야 한다. 자원봉사인 만큼 성실과 겸손, 애씀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 섬김에 대한 자질도 필요하다.
1991년 벙어리 수준의 멋모르고 뛰어 든 중국 초기 생활 중 한마디 언어 소통의 가치가 희비애락이나 한(恨)과 은혜로 평생을 남길 수 있다는 체험 등이 사십 대 중반 언어 소통의 봉사자로 헌신했고 벌써 오십을 훌쩍 넘기는 나이에 그러한 기회와 나눔이 고맙고 깊은 감사도 느낀다. 살아가는 어느 세월동안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그리고 전달함에 무리 없는 수월한 시기까지는 하고 싶다. 통역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국가, 사회에 작은 공헌이라도 되고, 신체적 힘으로나 재력적 물질로 못하는 봉사대신 언어 소통의 중재자로 불통에 의한 벙어리 냉가슴 앓는 분들에게 가냘픈 빛이라도 되어 드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