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 중국어

2017.07.02

한국어의 횡포

#경찰서#사건/사고

 

      경기도 화성시 경찰지구대에서 밤늦게(22:12) 중국인 피의자에게 미란다원칙을 고지해 달라는 통역 요청이 있었다. 앞 뒤 내용을 모르는 가운데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는데 중국인은 대화중에 자기가 왜 파출소에 연행되어 왔는지 의아해했다.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는데 중국인은 이유조차 모르고 있다니 분명 소통 부족에서 빚은 오해이겠다 싶었다.

 

      경찰은 중국인이 남자 친구 방에서 장시간 기다리기에 가족들이 쫓아내다시피 하며 나가라고 했는데 중국인이 나가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고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라 했다. 가족들이야기는 남자친구인 아들은 중국 출장 중이라 했다. 중국인은 남자 친구를 만나러 왔는데 언제 올지 몰라 막연히 기다리고 있었던 중이고 전에 가져다 놓은 자기 옷가지며 물건들을 살피고 있었는데 경찰이 와서 자기를 연행했다는 것이다. 남자 친구가 중국 출장 중인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중국 여자를 연행해 파출소에 와서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라는 통역과 그 설명을 들었다는 문서에 서명하기를 중국인에게 촉구했다. 중국인은 무슨 문서인지 한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서명할 수 없다며 문서 서명을 거절했다. 한국에 아는 사람, 친구 또는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조사 받게 된 중국인은 몹시 당황한 상태였는데 통역 요청은 거기까지 이었고 경찰은 더 조사 후 처리할 것이라 했다.

 

      무엇인가 허술하고 못마땅하다. 소통 부재에서 오는 전형적인 상황이라 보이는데 경찰이 강조하는 미란다원칙 고지조차 어색하다. 미란다고지 첫 번째 원칙은 <체포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중국인은 분명 자기가 왜 연행되어 왔는지조차 모르는데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다. 미란다원칙을 준수하려면 남자 친구의 집에서 통역 요청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 현장에서 <체포의 이유>가 정확히 통역으로 전달되었다면 오해 없이 어느 정도 가족과 중국인의 소통 과정을 거쳐 상황이 원만하게 처리되지 않았을까...

 

      남자 친구 집에 무단 침입한 것도 아니고 처음도 아닌 이미 옷가지와 얼마의 물품들이 남자친구 방에 보관되어 있었다면 부재중인 남자친구가 아니더라도 가족들과 어느 정도 안면도 있고 교감이 있는 상태였을 것인데 남자 친구가 언제 올지 알 수 없어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중국인에게 나가라고 했는데 안 나갔다고 경찰에 신고해 현행범으로 체포하게끔 하는 가족들의 처사도 이해하기 어렵다. 못 알아듣는 한국어의 횡포와 배려 없는 갑()질이다.

 

      < 미란다원칙 >의 궁극 목적은 피의자의 권리 보호 차원이다. 결코 경찰의 공무집행의 피의자 검거시 어떤 책임추궁에 대한 면피용은 아닐 것인데 어제는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남자 친구 집에 왔다가 아무런 이유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졸지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중국인에게 <미란다원칙>이 무슨 권리 보호가 되고 있는지. 현장 출동해 가족, 중국인, 경찰의 입회하에 진지한 소통이 이루어졌다면 범죄 피의자가 아니라 한중(韓中) 우호(友好) 관계를 돈독히 하는 가교(架橋)를 맺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