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oo / 중국어

2017.07.10

소통의 공신력

#경찰서#사건/사고

 

     일요일 오후 통역 요청하신 분은 경찰서 상황실로 추측되는데 확인할 틈도 없이 여자 분이 여보세요연결 확인 후 아무 설명 없이 3자 통역인지 어느 남자의 목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시끄럽게 들리는 것은 윙윙거리는 잡음 속에 남자의 목소리가 크기도 했지만 못 알아듣기에 더욱 그렇게 느끼는 언어불통의 습성이다. 중국어가 아니었다. 몇 차례 소통을 시도했지만 남자의 말을 내가 못 알아듣고 내가 하는 말을 상대도 못 알아들으니 분명 다른 언어이다. 더 이상 대화가 안 되는 것 같아 한국인을 호출 했더니 여자가 나왔다. 중국어가 아니라고 전하니까 무슨 말이냐고 묻는데 동남 아시아권 언어 같다고 했더니 알았다며 바로 전화를 끊었다.

 

      통역 봉사를 하는 사람도 상대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필요하듯 통역 요청하는 사람도 분명 어떤 예의가 있어야 한다. 통역 요청을 받는 중에 가장 난감한 상황은 아무 설명 없이 중국인 바꾸어 줄 테니 뭐라고 하는지 알아봐 달라는 것이다. 열이면 여섯은 그렇다. 최소 요청한 사람이 누구며 어디이고 간략하나마 어떤 상황이라고 설명 받은 후에 통역 시도하는 것이 상황 파악도 쉽고 빠른 시간 내에 소통이 가능해 진다. 무작정 뭐라고 하는 거냐고 물어오면 상황 파악하느라 길어지고 가끔은 심한 불쾌감을 느낄 때도 있다. 내용 다 알고 있으면서 확인 차원이라든가 통역이 어느 정도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시험 받는 듯한...

 

      요청하는 분이 아무 설명 없이 무작정 바꿔 주겠다하면 내가 먼저 정중히 묻는다. 누구시고 어디며(위치, 장소) 어떤 내용을 통역해 드리길 원하느냐고... 이 세 가지만 기본적으로 알고 진행해도 반은 순조롭다. 그것이 통역 편하게 하자는 꼼수가 아니라 원활하고 빠른 소통을 위한 서로의 신뢰와 배려 차원이라고 생각하기에 담백히 여쭙고, 요청자도 크게 불쾌하게 여기지 않으신다. 특별히 어디(장소, 위치)는 소통에 결정적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중국어 통역에서 지명은 핵심 중 하나이다. 한국어의 위치, 지명, 고유명사 대부분 한자를 한글 소리로 표기한 것이다. 서울의 경복궁을 중국인은 한자 발음(漢語병음)대로 부른다. 경복궁을 징후공(景福宮 - jingfugong)”으로 발음하는데 현재 위치를 알고 있지 못하면 그 곳이 어디인지 봉사자는 당황하게 된다. 요청 자의 위치가 서울이라는 것만으로 쉽게 알 수 있지만 어딘지 모르면 발음만으로 징후공이 어디 있는지 알기 어렵다.

 

     택시 기사 분들이 주로 중국인 승객이 어디 가는지 목적지 알아보아 달라는 요청 중에 택시의 위치는 밝히지 않으면서 무작정 바꾸어 주는 경우가 그렇다. 중국인 승객이 불국사를 가겠다고 하는데 중국어 발음 후꾸어쓰(佛國寺 - fuguosi)" 한 낱말만으로는 그 곳이 어디인지 알기 어렵다. 경주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 그만큼 수월하다. 중국어 발음에 의한 고유명사를 한국어로 다 알고 있는 봉사자는 없다. 영어는 한국어 소리 나는 대로 그대로 발음하니까 금방 알 수 있지만 중국인은 절대로 한국어 발음을 하지 않고 저들이 알고 있는 한자의 발음 그대로 소리를 내니 그만큼 장소 파악이 중요하다. 서로 누구인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거리낌 없이 진행되는 통역은 소통 자체에 신뢰감도 갖게 되지만 거기에 책임감은 물론 공신력도 보장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