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 중국어
2017.07.16순수의 시대
늦은 밤 부산강서경찰서 파출소에서 중국여자가 오셨는데 무슨 일인지 통역해 달라는 경찰의 요청이 있었다. 여자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은지 울먹이며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떠듬떠듬 사연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금년 28세로 하얼빈에서 작년 4월 혼인해 한국에 왔다. 한국문화, 생활에 익숙하지 않아 고생은 되어도 노력하며 잘살아보려고 애를 썼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 및 전처소생인 13살 15살 된 두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원만한 가정생활을 이룰 수 없었다. 엄마와 자식사이 있어야할 살뜰한 정(情) 같은 것도 없고 남편은 자주 화를 내거나 윽박지르며 구타로 식모처럼 부렸다. 오늘도 피자를 주문해 배달해 먹는데 자기 몫은 없는 것처럼 대접하기에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는데 그것을 빌미로 폭언과 구타가 이어졌고 결국 파출소까지 오게 되었다고 했다.
경찰은 남편의 처벌을 원하는지,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느냐고 물었는데 여자는 이혼해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남편을 떠나 친구 집에 가려는데 전화번호가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어 확인하려니 전원이 꺼져 있으므로 충전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충전은 파출소 직원들이 도와주겠다 했고 친구와 연락이 되면 경찰은 여자를 친구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친절 호의 배려 전달을 끝으로 통화는 종료되었다.
중국인 여자와 한국인 남자와의 혼인관계에서 오는 파경 전화가 적지 않다. 외국인과의 혼인이 크게 문제되거나 이상한 것은 아니다. 다만 조화가 맞지 않는 대상 중 하나이다. 중국이나 한국 모두 유교문화권에서 가부장제도가 오랜 세월 이어져왔고 남성우월주의가 팽배해 왔다. 여성차별에 대한 불평등이 지금은 제도적, 시대분위기로 어느 정도 평등이 보장받고 있지만 기성세대에서는 남존여비 사상이 여전하다. 반면 중국은 신 중국 건립 후 공산당의 통치아래 남녀평등이 급격히 개혁, 개선되었고 지금은 여권(女權)이 남권(男權)을 뛰어넘는 듯싶다.
일예로 중국남자들은 거반 요리사급이다. 퇴근하면 주방에 들어가 식사준비하고 집안일을 한다. 아내를 돕는 흉내정도가 아니라 당연한 남자 일로 여긴다. 대부분 맞벌이인데 남편이 주방에서 식사 준비하는 동안 여자는 거실에 앉아 뜨개질이든 소일꺼리 하면서 TV를 보며 휴식한다. 중국집 주방장이 모두 남자인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중국남자 대부분이 사회, 기관, 직장에서 어떤 권력, 지위와 상관없이 집에 오면 주방부터 들어간다. 어린 자녀들이 있어 유치원 갈 때도 남자들이 자전거 뒤나 앞에 태워 데려다 주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에 중국 여자들은 드세다. 버스에서 남자와 여자가 시비꺼리로 싸우는데 남자가 여자에게 뺨을 호되게 맞으며 당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올림픽에서 획득하는 메달 중 여자 종목이 월등 많다.
때문에 조선족(朝鮮族)남자가 한족(漢族)여자와 혼인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 서로 잘 알기 때문이다. 한족남자와 조선족여자와의 혼인은 심심찮게 있는데 이 조화가 최상이다. 한족남자는 여자에게 잘하고 집안일도 다하니 조선족여자는 당연히 좋아 하고 한족남자도 같은 입장에서 그렇게 선호한다. 그러니 한국남자와 한족여자는 당연히 시작부터 삐꺼덕 이다. 기본 생활 습성에서부터 극심한 혼란과 어긋남을 경험하게 된다, 중개인을 통해 혼인을 했어도 서로에 대한 배려나 이해 및 신뢰로 어떻게든 부부라는 인연 속에 참고 견디며 맞추고 적응하는 인고(忍苦)의 세월을 못 견디고 파경 맞는 것을 보면 딱하고 안타깝다. 여자가 어떤 조건으로 후처(後妻)로 시집왔는지 모르지만 혼인이 사랑의 결실이 아닌 거래가 주는 병폐이다.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보았던 죽음보다 깊은 사랑은 이 부부에게 무리한 동경(憧憬) 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