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 중국어
2017.10.12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주도 서귀포 파출소에서 경찰관이 전화하셨다. 중국인 찾아 왔는데 무슨 내용인지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었다. 중국인은 산동성 청도에서 오늘 아침 도착했는데 주한(駐韓) 제주도 중국영사관으로부터 한국에 있는 삼촌의 사망소식을 통보받고 파출소에 가서 관련된 일을 처리하라는 설명을 듣고 찾아온 것이었다. 사망자 인적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은 몇 가지 기본적인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을 질문했는데 중국인은 사망자의 이름 석 자만 알고 있었고, 그 이름도 중국어 발음으로는 한글로 어떻게 불러야할지 알 수 없어 메모지에 한자(漢字)로 써서 건네주고서야 조회 후 신원이 파악되었다.
중국인은 영사관에서 지시한 대로 파출소를 찾아오기는 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경찰도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는지 서로 우왕좌왕이었다. 장례나 인수 절차에 무엇인가 혼란스러워하는 중국인과 말 그대로 생소하고 떨떠름한 언어 소통도 제대로 안되는 외국인 망자 인도처리에 골치 아픈지 경찰은 중국인에게 이 곳을 어떻게 알고 왔느냐, 영사관에서 이 곳 파출소를 지명해서 온 것이냐고 물었는데 중국인은 그런 것은 잘 모르고 제주 내(內) 한국 파출소에 가서 처리하라는 말만 듣고 어찌어찌 찾아다니다가 이 파출소에 오게 된 것이라 했다. 경찰관이 통역 요청할 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어떤 명령식이나 지시하듯 하고 거기서 한 발 더 나가면 관할지(管轄地)를 따지고 시작한다. 오늘도 그 중 하나로 사망자의 사망 장소나 거주지에 따라 관할지가 다를 수 있으므로 이런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다른 관할 파출소 소관이라면 그 쪽으로 미루려는 심정인 듯 보였다.
경찰은 중국인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기를 물었는데 중국인 역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서로에게 똑같이 물으며 난감해 했다. 사망자는 한국에 따로 일가친척이나 가족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지내다가 사망한 것인데 소식 듣고 중국에서 사망자의 형, 누나, 조카가 한국에 서둘러 도착을 했으나 막상 타국에서 맞이하는 장례절차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황당한 상태에서 한국 경찰의 도움만을 바라보는 상황이었는데 그러한 일을 처음 겪는 듯한 파출소도 역시 엉거주춤 난감해 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우선 신원은 확인 되었으니 처리 과정에서 더 필요한 통역이 있으면 다시 전화하겠다는 선에서 일단 통화를 마쳤다.
이후 어떻게 처리가 되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어떤 일로, 어디에서 무슨 일로, 산재인지 병사(病死)인지 사건에 연루된 피살인지 전화 통역상 알 수 있는 한계는 좁은데 이국타향에서 원치 않을 객사(客死)였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처럼 고향, 일가친척, 친구, 가족 떠나 타국타향에서 생의 끝부분을 놓아야했던 고인에게 삼가 명복을 빌었다. 인명재천인 것이야 누구나 공감하지만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에 그나마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인생을 살아내려고 사람들은 안전하고 덜 어렵고 좋은 환경에서 일하며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적당히 벌어 적당히 쓰고 적당한 삶의 질을 높이는 추세다.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돈 많이 버는 일은 점차 외국인이 감당하는데 덕분에 건설현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높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갔던 선배(先輩)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확천금 돈 벌어 고향 돌아가 떵떵거리며 살려고 물불가리지 않고 죽도록 덤비다가는 그 피같은 돈 만지지도 못하고 진짜 죽는다. 보이지 않는 내일의 행복을 위해 얼굴 붉히며 욕심껏 사느니 삼시 세끼 족한 줄 느끼며 오늘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