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 중국어

2017.11.17

횡설수설

#기타_상점#관광안내

 

     통역 요청을 받으면서 가장 불쾌하다고 할까 어이없는 것은 요청자가 아무 말 없이 중국인을 바꾸어 주는 것이다. 얼떨결에 상황 파악하기 위해 한창 대화를 진행 중에 요청자가 불쑥 끼어들어 무슨 말이냐고대뜸 물어 온다. 어떤 때는 그나마 여보세요한 마디 하고 바꾸어 주거나 조금 더 나아가 중국인이 왔는데 무슨 말인가 알아봐 주세요하고 바꾸어 주면 그나마 매너니 예의 탓할 정도는 아니다. 이런 경우가 지역이나 장소 상관없이 종종 있는데 솔직히 짜증이 확 난다.

 

     이것이 고까울지 몰라도 자존감 엄청 높은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다른 봉사자 분들도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그만큼 내용 파악을 위한 통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봉사자 소양상 어느 정도 못마땅해도 성심껏 예의를 갖추고 응대하지만 요청자 최소한의 매너가 봉사자의 기분을 좌우하는 심리, 심경적, 감성적 응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떠나 신속, 정확한 통역을 제공하는데 한 몫을 한다. 요청자가 반듯한 상황 설명과 최소한의 정보를 먼저 제공하면 신속하고 정확한 통역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봉사자 누구나 경험에 의해 익히 공감할 것이라 믿고 싶다.

 

     어제 낮 시간 부산 부전동 KT대리점에서 요청한 내용도 그랬다. “여보세요하고 바로 아무 설명 없이 중국인을 바꾸어 주었다. 중국인은 타이완 국적의 관광객이었는데 인천공항에서 스마트폰에 장착해 사용할 수 있는 칩을 구입했는데 인터넷 연결이 안 된다고 대리점을 방문한 것이었다. 내용을 파악 후 직원과 통화하면서 그곳이 대리점이라는 것을 알았다. 관광객이 어렵게 칩에 관한 문의를 하러 힘들게 찾아 온 것인데 직원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어 통역 요청을 한 것이었다. 귀찮은 마음 반, 뭐 사려고 하는 것인지 영업상 수익을 위한 거래성사 기대 반이었는데 칩 이야기가 나오자 그것은 자기네 대리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직영점에 가야한다고 했다. 내용을 전달하니 관광객은 직영점을 어떻게 찾아가느냐고 되물어 왔다. 직원은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 줄 터이니 알아서 찾아가라고 했다. 관광객은 한글도 모르고 전화번호가 있어야 한국말도 못하는데 어떻게 찾아가느냐고 난감해 하는 가운데 대리점 직원은 더 이상 통역이 무의미한지 통화를 종료했다.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평창올림픽을 개최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국내외 활발한 홍보와 갖은 노력을 다해도 실제 관광객이 한국에 와서 느끼는 체감은 여전히 어렵고 힘든 여행 국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선 언어가 통하지 않고 문제 발생 시 해결하려면 몸살이 난다. 대리점은 칩 문제가 영역 밖이라 직영점 찾아가는 주소 적어주는 것으로 할 일 다 했다여기는 얄팍한 배려내지는 안내 정도로는 다시 방문하고 싶은 관광한국을 이루기에는 요원해 보인다. 직접적 대리점 수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어찌 보면 귀찮은 외국인이 바쁜데 영업 방해 된다고까지 느껴 서둘러 한글 주소 적어주고 쫓아내려는 듯한 황망함을 통역자가 느낄 정도에서 통화를 마치는 것을 보면 부끄러움 마음에 얼굴이 뜨거워지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달리 통역자가 나설 상황도 못되었다. 통역자는 전달 역할이지 중재 내지는 조정, 제안할 위치가 아님이다. 관광객 수천만 드나들어도 실제 내게 이익이 없으면 무슨 상관이겠느냐는 무관심 내지는 만연한 이타적 현실적 분위기로는 멀고 먼 관광 대한민국의 위상이나 실상을 보는 듯싶다. 촐랑대는 혼자만의 주제 넘는 횡설수설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