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 중국어

2017.11.27

부동산 중개사의 통역 요청 거부(8-7항)

#직장#생활안내

 

     일요일 당직 근무하면서 2(09:00 13:00, 15:16 19:16)에 걸쳐 4시간 씩 8시간의 우선연결 통역봉사 신청을 했는데 8건의 요청이 있었다. 생활안내 1, 경찰의 중복 요청 2, 택시 2, 부동산 중개소의 통역 요청에 대한 거절 1건 등이었다. 십일월 한계 사용 분 10회를 오늘 모두 소진했다. 주말, 휴일 근무 때 주로 사용한다. 혹시 오해 있을까 싶은데 근무 중에 봉사 명분으로 딴 짓한다고 고깝게 여기거나 당직 근무에 어떤 영향을 주는 범위도 아니니 개의치 말고 염려 붙들어 매시라...후후!!

 

     1. 09:37. 제주에서 한국 사장이 고용한 중국인 여자 남편의 직업 알선 문제로 요청하였다. 어떤 업종인지 모르지만 요청한 사람은 본인이 사장이라고 했고, 중국인 여자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남편이 한국 와서 직업을 찾고 있는 중 남편과 같이 일 할 수 없느냐고 부탁을 했지만 사장은 같이 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고 남편이 목수 일을 전업으로 해 왔다면 그 업종을 찾아 일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전달로 통화를 종료했다.

 

     2. 09:59. 인천공항 경찰대 순찰직원이 중국인이 왔는데 무슨 내용인가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었다. 중국인은 어제 저녁 8시 전후 한국에 도착해 D 구역에서 화물로 부친 짐 중 흑색 가죽 가방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가방에는 현금, 신분증, 은행카드 등이 들어 있는데 공항 직원에게 문의했더니 직원의 인도 하에 CCTV를 확인한 결과 남녀로 보이는 일행이 자기 가죽가방을 가져가는 것을 보았고, 공항 직원은 경찰에 신고하라고 해서 왔다는 것이었다. 순찰 직원은 중국인의 이름, 나이, 출국 예정일, 여행 목적 등을 물어 왔고 분실도난 처리부서로 중국인을 안내해 주겠다는 이야기 전달을 끝으로 통화가 종료 되었다.

 

     3. 10:35. 2번 항에서 분실 도난 된 흑색 가방 건에 대한 처리부서 경찰의 통역 요청이 이어졌는데 2번 상황을 반복 설명 들은 경찰은 중국인에게 한국인 친구가 있는지 물었고, 중국인은 한국인 친구의 전화번호를 알려 줌으로 경찰은 3자 통화로 길게 이야기할 수 없으니 한국인 친구와 연결해서 분실 도난 건을 처리 하겠다며 통화를 종료했다.

 

     4. 11:18. 경기도 포천에서 경찰이 중국인 남자가 왔는데 무슨 내용인지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었다. 남자는 어제 한국에 도착했고 아내하고 계속 연락이 안 돼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찾아 달라고 했다. 정식 결혼한 법률상 부부관계로 혼인한 지 2-3년 되었고 자신은 중국에서 일하고 아내는 한국에서 회사 다니며 떨어져 살며 일 년에 한 번 정도 오가는데 얼마 전부터 중국에서 아내에게 전화해도 연결이 안 돼 무슨 일인지 급한 마음에 어제 한국에 도착한 후에도 계속 전화 연결도 안되고 아내가 살고 있는 집에 갔었으나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부인의 인적사항에 대해 이름, 주소,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을 질문했고 남자의 회답 중에 부인이 북조선에서 왔다고 했다. 이름은 중국어 발음상 한국어로 무엇이라 부르는지 확인이 안 돼 한자로 써서 경찰에게 주라고 하니 한자로 아내 이름을 어떻게 쓰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주소는 등록증에 기록이 되어 있으니 보여 줄 것이지만 생년월일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은 전화번호가 있으니까 연결해 확인해 보겠다며 통화를 종료했다.

    

     5. 12:30. 4번 항의 동일 경찰의 요청이었는데 아내 되는 분의 소재는 확인되었는데 신변 이상 없이 잘 있기는 하지만 사생활 보호법 차원에서 아내의 소재를 알려 줄 수는 없다고 했다. 꼭 아내를 찾고자 한다면 경찰서 민원실 가족 찾기 부서에 가서 혼인증명서 등을 첨부해 정식으로 접수를 하라고 했다. 남자는 아내의 소재지를 알고 싶어 했지만 부부간의 사생활 문제를 공권력이 간섭할 수 없음과 부인의 신변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반복 전달했고 남자는 아내가 아무 일 없으면 되었다며 마지못해 아쉬워하며 통화를 종료했다.

 

     6. 16:18. 서울 회현동에서 중국인 승객을 태운 택시 기사님이 목적지인 서울역을 가면서 도로 정체가 극심한지 몇 시까지 도착하면 되는지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었다. 중국인은 서울역에서 17:00 출발하는 기차를 타야하니 16:30분 까지 도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고 기사는 그 시간까지는 충분하다며 고맙다는 인사로 통화를 종료했다.

 

     7. 17:34.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중국인과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로 중개사가 요청했다. 간략한 내용 설명을 들은 후 통역해 드릴 상황이 아닌 것 같아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bbbkorea <이용유의사항>에 보면 네 가지 이용불가 사례가 명시되어 있는데 맨 아래 네 번째 항에 바이어와의 장시간 통역요청, 과제나 서류 번역 등의 사적인 통역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중개사가 요청한 통역 내용이 사적인지 공적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은 조금 애매하고, 그 판단에 대한 주체가 통역봉사자가 해당 요청 건에 즉시 판단 결정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사실 모호하다. 다만 부동산 중개업자의 요청 내용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계약서 내용을 통역하는 것이 <서류 번역>등에 해당하고 그것이 공적인 것을 떠나 중개소 영업이익을 위한 사적인 일로 추정되며 더 나아가 이미 계약서를 작성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충분한 소통으로 거래가 성립된 이후로 보이는데 bbbkorea 라는 단체명을 빌려 공적인 공신력을 이용 계약서상의 계약 내용을 번역 상 공증화 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현저히 보여 통역 요청을 거절했다.

 

     중개사는 전에도 이렇게 했는데 왜 안 되느냐고 항의성 문제 제기를 했지만 사적인 영업 이익을 위한 통역은 할 수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중개사는 그러면 중국인이 손해 볼 것이라는 혼잣말 비슷한 여운을 남기며 통화를 종료했다. 글쎄...! 중개사가 중국인 이익을 위해 통역 요청을 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국가 공권력도 물론이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야할 모든 봉사가 사적인 이익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사용되어지는 것에 절대 반대하고 용납하기 싫다. 그런 요청은 어느 봉사자도 단호히 거절했으면 좋겠다. 통역 봉사를 해오면서 오늘 처음으로 통역요청을 거절했는데 이것이 혹여 bbbkorea 가 추구하는 봉사 개념에 훼손되는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기도 하다.

 

     8. 18:24. 서울 홍대에서 중국인을 태운 기사님이 목적지가 어딘지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었다. 중국인은 종로 1가 간다고 했고 기사님은 알았다며 짤막한 통화를 종료했다.

 

     11월도 이제 다 지나간다. 다음 달은 12월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1214일에 시상식 및 송년 행사가 있는데 중국어 우수봉사자로 선정되었지만 당일 야간근무가 지정되어 있어 부득이 참석할 수 없게 되었다. 아쉽지만 할 수 없다. 시상식도 중요하지만 먹고 사는 생업도 중요하다. 크크!! 수상 하신 분들 축하드리고 내년에도 부지런히 뛰어보자.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