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 중국어

2017.12.17

112에 신고하십시요

#공항#사건/사고

 

     1216일 토요일 우선연결 봉사 요청 4시간(20:06 24:06) 신청을 했는데 3건의 요청 전화가 있었다. 12월은 연말이라 업무에 쫓겨 그만큼 충분히 봉사 시간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월(月) 제한 10회 중 4번째 이었는데 좀 더 시간을 쪼개서 부지런히 남은 회수를 달려 보아야겠다.

 

     1. 20:37. 제주도 서귀포시 어느 병원 중환자실에서 의사가 입원 치료중인 중국인 환자 보호자께서 무엇이라 하는지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었다. 보호자는 두 가지를 문의했는데 환자의 진단결과가 당뇨병이라는데 확실한 것인지, 그리고 혀와 입술 주변이 부르트고 있는데 당뇨병에 의한 후유증인지 궁금해 했고, 의사는 종합적인 검사 진단 결과 당뇨병이 확실하고 입마름 증상은 크게 염려할 것이 아니며 상태는 호전 중으로 오늘 금식한 것처럼 내일도 환자 상태를 보아가며 금식 여부를 통지할 터이니 음식은 절대 삼가라고 했고 보호자는 잘 치료해 달라는 부탁을 끝으로 통화를 종료했다.

 

     2. 22:51. 서울 을지로 3가에서 경찰이 중국인이 어느 호텔을 가려는지 지명을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었다. 전화를 바꾸어 중국인과 통화를 하는 중에 중국인과 경찰이 가고자 하는 위치가 교감이 이루어 졌는지 대화가 채 매듭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없이 종료되었다. 경찰이 맞는지 경찰을 빙자한 누구인지 부쩍 의심이 들어 공연히 영 찝찝했다.

 

     3. 23:19. 인천공항에서 한국인이 중국인과의 치료비 문제로 요청하셨다. 어떤 위치 어떤 상황에 의해 부상을 당했는지 알 수 없지만 입국장에서 중국인이 휴대한 짐이 떨어져 한국인 친구 발등을 다치게 했는데 치료를 위한 병원까지 동행할 것인지, 동행하기 어려우면 우리가 치료받고 치료비를 영수증 첨부하여 청구할 터이니 내일 만나서 정산하자는 내용을 전달해 달라고 했다. 중국인은 치료비 부담에 대한 것은 누구 과실 책임이 있는 것인지 확실하게 판단이나 통보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부담할 수 없고, 이런 경우 경찰 입회하에 판정을 해주어야 하는데 경찰의 입회 및 동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치료비 부담은 물론 병원까지 혼자 동행은 안전문제로 불가하며 내일 아침 08:30분 비행기로 출국함으로 다시 만날 시간 잡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한국인은 입국 심사장에서 이미 경찰이 상황 정황상 중국인이 가지고 있던 짐이 떨어져 한국인 발등을 다치게 한 것이 분명하니까 치료비 부담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발뺌이냐고 항의했지만 중국인은 그때 당시 경찰로부터 자신은 그런 설명을 받지 못했고 이런 경우 중국에서는 공안(公安) 입회하에 병원까지 동행 사고 처리를 하는데 한국에서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며 경찰 입회를 재차 요청했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똑 같은 내용을 반복 주장했는데 애초 사고 발생 시 경찰 입회하에 통역 요청을 해서 중국인에게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과 한국인과 경찰만의 이해 소통은 되었지만 정작 가해자로 몰린 중국인에게는 설명 없이 입국장 밖에 나와서 치료비 문제를 거론하니 중국인은 단순히 자기 짐이 떨어져 한국인 발등을 상하게 했다는 정황만 가지고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하여 치료비 부담에 난색을 표하고 더군다나 늦은 밤시간 무작정 한국인을 따라 혼자 병원 동행은 신변 안전에 위태함을 느끼는 상태로 반복된 실랑이만 계속되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한국인 친구에게 차라리 112에 신고해서 경찰이 출동하면 처음부터 다시 상황 설명을 하고 중국인을 경찰 동행 하에 병원 가서 치료받고 치료비를 청구하여 받는 것이 서로 원만한 합의가 쉽지 않겠느냐고 조언을 하니 그게 좋겠다며 수용 후 통화를 종료했다. 이후 그 분쟁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통화 내용만으로 누가 옳고 그른지는 파악하기 무리였다. 한국인과 경찰만의 소통은 되었지만 중국인 입장에서는 원인이나 과정이 무시되고 일방적으로 떠안는 느낌으로 무엇인가 께름칙해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밤 열두시가 넘어가는 추운 겨울 입국장 어느 지점에서 치료비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참 딱해 보였다. 쌍방 유불리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졌기를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