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 중국어

2017.12.29

집 떠나면 개고생...

#경찰서#길안내
금요일 저녁 우선 봉사 네 시간(18:30 ~22:30) 신청을 했는데 4건의 요청 전화가 있었다. 1. 18:43 분. 2. 18:49분. 이 두 건은 강북구 미아사거리에서 교통 순찰차에서 요청한 것인데 중국인이 도로에서 갈팡질팡 헤매고 있는데 무슨 일이냐고 알아 봐 달라는 내용으로 길을 잃어 숙소를 찾는 중이다고 전해 주자 알았다며 짤막한 대화 후 통화를 마쳤다. 3. 19:59분. 서울 강북경찰서 지구대에서 교통경찰 순찰차에서 인계받은 동일 중국인에 대해 본격적으로 무슨 일인지, 잃어버린 물건이 있는지. 누구를 찾는 것인지, 자세하게 이것저것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중국인은 40대의 남자로 여겨졌는데 산동성 방언을 지독하게 사용하는데다 당황해서 횡설수설 자기 말만 빠르게 늘어놓는 터라 무슨 내용인지 처음엔 제대로 파악이 안 되어 애먹었는데 우선 마음을 안정시키고 천천히 신변부터 이야기 하도록 했다. 마음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중국인은 길을 잃었는데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고, 5일 전에 산동성 청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일행과 함께 도착했는데 오늘 시내를 다니다가 일행과 떨어져 길을 잃어 숙소가 어디인지, 일행들 연락처도 모르겠다고 했다. 경찰은 우선 여권을 확인하려 했으나 여권은 숙소에 있는데 그 숙소가 어디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경찰이 어떤 도움을 주려고 해도 방법이 없고, 거기에 신원 확인도 안 되니 불법체류자나 범법자가 아닌지 의심이 되는데도 중국인 스스로 신분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지구대에서 대기하거나 추궁할 상황도 아니라 중국인의 요청대로 중국대사관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그런데 지구대에서 명동에 있는 대사관까지는 거리가 멀어 직접 데려다 줄 수는 없고 택시를 불러 태워 보내려고 하는데 중국인에게 택시비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국 돈은 없고 중국 돈 일천 원 정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경찰은 지하철을 이용해 가라고 하며 역까지 안내해 줄 터이니 여덟 정거장 가서 내리면 명동역임으로 그 곳에서 대사관을 찾아 가라는 내용 전달을 끝으로 30여분의 통화를 종료했다. 무슨 목적으로 일행들과 한국에 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길을 잃고 지구대까지 오기는 했는데 본인 스스로가 아는 것이 없으니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불법체류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받는 상태에서 최종 선택으로 대사관 찾아가는 것인데 혼자 번화한 지하철을 이용해서 무난히 찾아 갈 수 있을지 실로 염려스러웠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했던 옛말 하나 틀리지 않지만 이국타향 낯선 밤거리를 기웃거리며 손짓발짓 대사관을 향해 또 다시 헤맬 중국인을 생각하니 언어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안타깝게 느껴졌다... 4. 21:58분. 인천 영종 신도시에서 택시 기사가 중국인 승객이 탑승했는데 어디 가느냐는 목적지 확인 요청이 있었다. 중국인은 내일 아침 08:30분 비행기로 출국을 해야 하니까 공항 근처 숙박비 10만원 ~15만원 범위에서 투숙할 수 있는 모텔이나 호텔로 안내해 달라고 했고, 기사에게 전달하니 알았다며 간단히 통화를 종료했다. 금년 한 해는 이것으로 봉사 마무리를 짓는다. 내년에도 부지런히 달려 볼 생각이다. bbbkorea 사무국 직원 여러분, 모든 봉사자님, 금년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에도 더욱 멋진 활동 기대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