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 중국어
2018.02.26"니네들이 피워라(爾們抽吧!)..."
2월 25일 늦은 밤 우선 봉사 신청 4시간(22:37~02:37)을 했는데 세 건의 요청이 있었다.
1. 01:00시. 경기도 부천 원미 중앙지구대에서 경찰이 택시 기사가 데려 온 중국인 승객의 목적지 확인 요청이었다. 승객은 부천지하철 남부 역을 간다고 했고 경찰은 알았다며 통화를 종료했다.
2. 01:26분. 인천공항 세관에서 중국인이 휴대한 담배 통관문제로 직원이 요청하였다. 입국 시 물품휴대신고서에 가지고 온 담배를 신고하지 않고 통관하려다 여섯 보루가 적발되었는데 한 보루는 신고하고 통관이 가능하지만 다섯 보루는 과태료 및 가산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그 비용부과에 대해 중국인이 너무 비싸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었다. 중국인은 보관했다가 다음 달 3월 중순 경에 다시 올 때 가져 가도 되겠느냐고 문의했고, 직원은 한국에서 중국으로 나갈 때 보관료 지불하고 가져갈 수는 있지만 중국에서 다시 나올 때는 가져갈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인은 보관료를 문의했고 다섯 보루 합해서 한 달 18,000원이라고 하자 무엇인가 몹시 불만스러운 듯 제시한 여권이나 돌려주고 담배는 당신들이 가져가라는 말을 남기고 통화를 종료했다.
3. 01:31분. 2항의 내용으로 다시 직원이 요청했는데 중국인과 통관 문제가 아직 원만히 해결되지 않았는지 소란스러운 고성이 들려 왔고, 보관료에 대한 설명을 다시 전달하는 과정에서 중국인은 격앙된 목소리로 필요 없으니 “니네들이 피워라(爾們抽?)...”라는 말을 했고, 직원은 알았다며 규정대로 처리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통화를 종료했다. “니네들(爾們)”을 “너희들, 당신들, 직원들, 여러분들” 등으로 표현내지 번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인이 말하는 톤이나 억양, 분위기상 마치 한국 세관 직원을 비하 경멸하는 듯한 표현이었기에 “니네들”이라고 그대로 통역했다. 가뜩이나 제멋대로 노발대발하는 중국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는데 이런 표현을 들은 직원도 기분 나빴겠지만 전하는 통역자 역시 몹시 불쾌했다.
새벽 그 시간에 도착해 통관하는 중국인이나 일상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이나 그 시간에 깨어 봉사하는 통역자나 모두 평정심을 잃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담배 가격이 얼마 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 통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요행을 바라고 무사 통관을 시도한 중국인이나 적법한 통관 규정에 의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까칠하게 구는 중국인에 대한 불만을 갖고 법 운운하며 공무를 집행하는 직원과의 사이에서 덩달아 짜증난 마음으로 양측의 대화를 오가며 원만한 결말을 이끌지 못한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 무슨 일로 입국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중국인은 한국에 온 손님이자 방문객이니까 직원은 당연한 법 규정 절차에 의한 공무 집행이라 해도 충분한 인내를 가지고 이해와 설명을 통한 수긍할 수 있는 순복을 이끌어 내야 했고, 통역자 역시 봉사자의 순전한 사명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양측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원만한 통역의 결과를 수행하지 못한 자책감을 깊게 반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