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 중국어
2018.03.02통역자는 번역기계가 아니다...
3월 2일 10:01분 bbb 알림 벨이 울리기에 바로 받았다. “여보세요...” 응답이 채 마치기도 전에 “이 사람 뭐라고 하는지 물어 봐!” 대뜸 딱딱한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계신 곳이 어디신가요...? ” 통상 통역 전에 알아보는 과정이었다. “ 이 사람 뭐라는지 물어보라는데 뭔 딴소리야!” 여전히 거친 명령조 하댓말투였다. “지금 계신 곳이 어디신데요...?” 다시 조근하게 물었다. “어디인지는 왜 따져! 뭐라는지 물어 보라니까...!” 그 말을 남기고 남자는 전화를 끊었다.
어디인지 알아보는 것은 통역의 가장 중요한 첫 출발이다. 어디인지에는 요청자의 신분, 위치나 장소가 포함되는데 그것을 알아야 그만큼 통역이 매끄러워진다. 경찰은 어디에 누구라며 본인 이름까지 대부분 밝힌다. 관공서(공항, 병원, 119구조대, 112상황실, 기타 공익기관)는 거의 그렇다. 어디인지를 알지 못하면 그만큼 필요 이상의 통화가 길어질 수도 있다. 우선 장소를 모르면 그 지역 명을 중국어로 말했을 때 그 지역 명을 알아내기가 어려운 것은 중국어 통역자 모두 공감할 것이다. 예를 들어 택시 승객이 경주의 불국사를 가겠다는데 중국어로 “佛國寺(foguosi)-훠꾸어스” 라고 말하면 한국어로 어느 곳인지 알기 어렵다. 경주라는 위치를 알고 있으면 확인이 용이하다.
10:02분. bbb 알림 벨이 울리기에 바로 받아 “여보세요” 했는데 상대가 바로 끊었는지 아무 응답이 없었다.
10:03분. 다시 bbb 알림 벨이 울려 바로 받았더니 1번 항의 남자이었다. “이 사람이 뭐라고 하는지 물어봐!” 예의 그 둔탁한 목소리에 하대(下待)시 명령조였다. “지금 계신 곳이 어디신가요...?” 소스란히 불끈 치솟는 감정을 조용히 억누르며 다시 물었다. “이 양반아, 어디인지는 왜 자꾸 물어봐, 인천이야! 뭐라는지 알아봐 달라니까!” <이 양반아...?> 그나마 얼굴 좀 세우는 듯 싶다. <이 놈아! 야! 너!> 란 말 대신 그런 표현을 쓰니...~~ 전화를 전달 받은 중국인은 부두를 가겠다고 했다. 중국인과 채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끼어들어 “뭐라는 거야!?” 거칠게 물어왔다. “택시 기사신가요...?” 그렇다고 했고 그 말 저편에서 한국인 승객과 기사의 대화가 들려 왔는데 승객이 박문사거리를 가겠다고 하자 알았다며 택시 출발 소리가 났고 기사의 아무 기척 없이 통화는 종료되었다.
부두를 가겠다는 중국인의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전이었고, 그 중국인은 한국인 승객이 새치기해서 타는 것이나 기사가 아무 설명 없이 자신을 팽개치듯 출발하는 것을 보고 어떤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얼굴이 뜨거웠다. 택시는 서비스업종으로 영리를 추구하지만 친절과 시민의 편의제공이라는 공익수행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돈 벌이 생계 수단으로 촌각을 아껴가며 부지런히 일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상도(商道)를 벗어나는 운행이나 보이지 않는 아무에게 하대식의 요구내지는 명령은 자제해야 하지 않겠나. 통역자는 TV 화면을 켜는 리모컨이나 번역기계가 아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