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 중국어
2018.05.05통역은 소리가 아니라 뜻을 전하는 것이다.
5월 4일 저녁 우선 봉사 신청 네 시간(18:03~22:03)을 했는데 세 건의 요청이 있었다.
1. 18:25분. 부산 영도에서 중국인 승객을 태운 택시기사의 목적지 확인 요청이 있었는데 승객은 남포동 지하철역을 가겠다 했고 기사는 잘 알았다며 통화를 종료했다.
2. 19:25분. 서울 신사 파출소에서 경찰이 핸드폰 분실 신고 중인 타이완인과의 소통을 위한 요청이었다.
분실 신고 접수(신사역 8번 출구 화장실에서 분실)했으니 향후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 등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했다.
일요일 출국하는데 찾게 되면 꼭 연락을 부탁한다며 연락처를 남기기는 했지만 경찰은 찾는다는 보장은 없고 최소 일주일은 기다려야 한다니 타인완인은 잘 알았다며 통화를 종료했다.
3. 19:56분. 서울 김포공항 안내대에서 여직원이 중국인에게 중국대사관은 업무시간이 마감되어서 갈 수 없다고 통역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화를 넘겨받아 내용을 전달하려고 하려는데 중국인이 먼저 자기 이야기를 쏟아냈다. 한국에서는 외국인에게 이렇게 함부로 대하느냐...!
내가 지금 잡혀 있어 신체 및 이동의 자유를 제한 받고 있다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내용을 계속 듣기에는 통역자 입장에서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할 것 같다고 하니
중국대사관 직원이 아니냐고 물어왔다. 아니라고 하니 대사관은 어떻게 가야하느냐, 전화번호나 주소는 알 수 있느냐 되묻기에 안내대 직원을 바꾸어 달라고 해서
중국인이 잡혀 있다는데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공항 직원들에게 잡혀 있다고 했다.
중국인이 통역자를 중국대사관 직원으로 알고 있다고 하니 통역자라고 알려 주었는데 잘못 알아들은 것 같다고 했다.
중국인이 중국대사관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한다니 직원은 인터넷 검색해서 알려 주겠다며 통화를 종료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인에게 대사관 연락처 한 번 알려 주는 통역으로 종료를 했지만 개운치가 않다.
상황 설명 없이 요청자는 종종 저들 필요한 말만 전달해 달라고 요청을 해온다. 막상 통화를 하다보면 엉뚱한 이해관계를 만나게 된다.
앞 뒤 내용을 모르니 무슨 내용을 통역해야하는지 판단이 잘 서지 않기도 한다. 통역은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다.
곧 소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뜻을 전하는 의미이다. 요청자는 소리만 전하면 된다고 여기지만
통역자는 뜻을 전하는 입장에서 요청자만의 필요에 의한 전하고 싶은 소리와 정확한 이해관계의 뜻을 전달받고 싶은 외국인 사이에서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충돌을 느낄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