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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30아내가 집을 나가서 찾고 싶어요..
요청내용 : 2월초반인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요일 아침이었는데 한 남자분이 전화가 와서 주위에 잘 아는 형님의 아내가 베트남 사람인데 집을 나가서 찾고 싶다고 했다. 당사자는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해 본인이 답답해서 전화를 했다고 하며, 고향에 있는 부모님은 어디 있는지 아는 것 같은데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나에게 전화를 좀 해서 내용을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BBB 운동의 취지를 잘 설명해주고, 내가 직접 베트남으로 전화를 하는 것은 어렵고 직접통역만 가능하다는 말을 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그쪽에서도 알겠다고 하고는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겠다고 통화를 끝냈다.
한 2시간쯤 후에 다시 전화기가 울렸다. 아까 그 분이었다. 아마 일요일이고 베트남어 자원봉사자 수가 적어 다시 내게 연결된 것 같았다. 그분은 다시 상황을 설명하고는 인터넷으로 3자 통화를 연결했으니 통역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나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수락하고 통역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통신 상황이 너무 나빠 거의 얘기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또한 베트남쪽에서 좀 흥분하여 더 통화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내가 상황을 설명드리자 전화를 하신 한국분이 애타는 목소리로 꼭 형님의 아내분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찾을 수 있다고 간청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고민을 했다. BBB 수칙상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드리고 전화를 끊어야하지만 인간적으로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보였다. 그래서 한가지 제안을 드렸다. 일단 내게 베트남측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분에게 1시간쯤 후에 BBB로 다시 전화를 걸어서 내가 통화가 될때까지 계속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일요일이고 내가 2시간정도 만에 다시 연락을 받았으므로 금방 통화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BBB 규정을 지키고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 받는 경우는 없게끔 한 고육책이었다.
나는 베트남으로 전화를 하여 통화를 해 보았다. 들은 얘기는 좀 충격적이었다. 베트남측 부모의 얘기는 현재 본인의 딸은 한국내 쉼터 같은 곳에서 보호를 받고 있으며, 가출 사유는 남편의 음주 및 신혼초부터의 상습적 구타때문이라고 했다. 딸이 최근까지 숨기고 있다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부모에게 얘기를 하고 가출을 한 상태이라고 했다. 내가 그래도 남편이 찾고 싶다고 전했다고 하니, 조건을 얘기하였다.
첫째, 앞으로 구타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쓸 것
둘째, 베트남의 장인이 한국에 와서 1~2주간 함께 살며 지켜본 뒤에 결정을 하겠으며, 왕복교통비와 모든 비용은 남편이 부담할 것
셋째, 남편은 1~2주 이후 결정에 따라야하며, 이혼을 할 경우 아기에 대한 양육권은 포기하겠음. (베트남으로 데리고 가지 않음)
나는 알겠다고 전화를 끊고 연락을 기다렸다. 다시 1시간여 후에 남편쪽에서 연락이 왔다. 나는 위 사항을 그 동생분에게 알려드리고는 앞으로는 이런 부탁을 받지 않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이미 한국의 국제 결혼을 한 베트남처녀가 5만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돈만 받고 영리만 추구하는 국제결혼 소개업소와 향후 큰 사회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일인데로 방관만 하고 있는 정부당국이 원망스럽다.
한국의 정착을 돕는다든지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을 한다든지 하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