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 / undefined

2010.04.27

취한 외국인의 전화를 받았어요!

#기타#기타
요청내용 : 새벽 2시, BBB운동이 액정화면에 떠서 얼른 전화를 받았습니다. 외국분께서 전화를 거시자마자 상황을 너무나 빠르게 설명하셔서 저는 어딘가 가게에 가고싶다는 이야기만 알아챘습니다. 그래서 조금 주춤하였다가 전에 한 분의 글에서 "잘 이해하지 못하였으니 다시 말씀해주시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셨다는 얘기가 생각나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지금 "세븐일레븐에 와 있는데 ...#$%^*&^*... 바에 가고싶고 ...$#%^&@ ... 기다리고 있겠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영어를 못알아챈 건 외국인이 취해있었고 횡설수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계속 하고싶은 것이 가게에 가는 것->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것->바에 가는 것으로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외국인이 편의점에서 무언가를 샀는데 그 물건의 포장을 뜯은 것이 오해가 되어 점원분이 전화를 걸었다고 이해했는데 최종적으로 그 분이 원하시는 건 제가 직접 가서 통역을 하고 바에 함께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전화로만 통역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인 편의점 점원을 바꿔주시면 제가 상황을 설명할 수는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전화하신 외국인께서는 편의점 점원에게 전화를 건네주지 않고 계속 "오실 수 없다구요? 지금 기다리고 있는데 ..."라며 한참을 실랑이를 벌였고 "그럼 알겠습니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습니다."하며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셨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갈 수 없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죄송하다고 끝맺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취한 사람을 대할 때는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막상 취해있지만 저의 도움이 필요하여 전화를 하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약해져서 계속 전화거신 분을 달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새벽이라 더욱 더 당황스러운 통역봉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