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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30

경찰서로 부터의 전화

#기타#기타

1. 구체적인 봉사내용을 적어주세요.(통화 시간과 구체적인 전화통화내용을 적어주세요)
임시 휴일인 7월 1일 오후 4시 경, 집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는데 갑자기 울리는 휴대전화....그리고 BBB 안내 번호!   한 두번의 단순 통역은 해 봤는데 이번은 아니었다.   난데없이 우리말을 구사하는 낭낭한 목소리의 남대문 경찰서 소속 형사님이 걸어 온 통역 요청에 일순 긴장하고 말았다.   경찰이니 도둑이니....이런 쪽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거 통화가 길겠구나...마침 핸드폰 밧데리가 달랑달랑해서 아예 집 번호를 알려주고 소파에 필기구를 갖춰 놓고 시작했다.

한국생활 6년차의 전직 대학 교수인 캐나다인과 그의 필리핀 부인의 여권과 ID와 돈 백여만원이 든 핸드백을 키 150cm정도의 동양여자에게 소매치기 당한 전말이 경찰서에 신고되는 과정이었다.   이름과 직업 등 기초 사항과 모든 정황을 통역해 주고, 잃어버린 액수 만큼의 Bank Loan을 그의 거래은행에서 받고, 또 임시여권 발급을 위해 경찰서에서 발행해 주는 정황신고서를 발행하는 것 까지, 3회에 걸쳐 통화를 계속하며 장시간 통역서비스를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그러나 모든 절차가 다 끝나고 나서 힘없이 묻는 그 캐나다인과 경찰관님이 주고받은 마지막 말이 나를 슬프게 했다.

`그 훔쳐간 사람을 잡을 수 있을까?`

`남대문시장에 요즘 소매치기가 부쩍 늘었는데...이런 경우, 애석하지만 당신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너무 없어서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인류 최대의 행사인 월드컵을 동양의 이 작은 나라가 성공적으로 치뤄 냈고 이제 그 마무리하는 단계인데.... 이런 서글픈 일을 내가 접할 줄은 몰랐다.   소매치기들, 그녀가 한국사람이라면 그도 우리 축구를 보고 우리의 길거리 응원과 그 응원단이 응원한 자리를 청소까지 하는 성숙한 우리의 시민의식을 익히 알고 있으련만...왜 꼭 이런 때에, 그것도 외국인을 골라 소매치기를 하는지, 꼭 그렇게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지, 그렇게 해서 우리 이미지를 구겨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이 풀리지를 않는다.    모처럼만에 참으로 원없이 긴 통역서비스를 했고 경찰관과 캐나다인으로 부터 고맙단 인사를 받긴 했지만....보람을 느끼기에 앞서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이런 주제의 통역 서비스는 처음부터 할 기회가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




2. 느낀 점이나 BBB운동본부에 바라는 점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