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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정말 난감했던 경찰서 통역
요청내용 :
일요일 오전 10시경 전화가 왔습니다.
서울역 근처 경찰서에서 주신 전화였는데,
어떤 60대의 일본 남성분이 서울역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인계되었다고 어떤 상황인지를 알려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통화하자마자 다짜고짜 자기 가방을 돌려달라고 하는데,
거기에 카메라와 렌즈 등등이 들어있으니
꼭 가지고 일본에 돌아가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다시 경찰분에게 혹시 가방 보관하시냐고 물으니,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하셔서
일본분에게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정말 당황스러운 것은,
이 분이 연세가 있으신데다가 잠을 못주무신 것 같았고,
술을 드신 상태(손에 든 봉지에 술병이 있었다고 함)라서
요지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이야기가 굉장히 횡설수설했고
제 얘기는 듣지 않고 본인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는 상황이라서
거의 40여분을 통화했는데도 가방의 행방을 정확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이야기 도중에 생뚱맞게 경찰이 등장합니다.
그 사람이 굉장히 뚱뚱했다.
경찰은 날씬한 타입이어야 꼼꼼하게 조사를 잘 할터인데
뚱뚱하니 일을 제대로 할 리가 없다.
뭐 이런 식입니다. (한숨)
겨우겨우 파악한 정황은
이 사람이 전날 밤 9시 서울->부산행 KTX를 탔는데,
1시간여쯤 달려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길래 본인도 내렸다.
내리고보니 부산이 아니었고,
카메라가 든 무거운 가방을 끌고 철길을 따라 걷다가
철길 밑에 작은 다리가 있길래 거기에 가방을 놓고 다리 아래로 건넜더니
주유소가 있었다. 주유소에는 아주머니와 아이가 있었다.
서울로 돌아오게 된 것은, 도중에 택시(인지 아닌지도 불분명)를 잡았고,
거의 1만엔 가량의 요금을 주었다.
돌아오니 새벽이어서, 서울역에 앉아있었다.
는 것입니다.
대체 왜 가방을 거기에 두고 주유소를 갔으며,
본인이 내린 역명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중간에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더욱 이야기를 복잡하게 해서
경찰분께는 위의 정황만 전달드렸으며,
경찰분께서도 일본어는 모르시지만
이분이 지나치리만큼 너무 전화를 길게 끄니까
더이상은 알아내기 힘들 것이라 파악하셨는지
서울역쪽과 연계해서 해결하겠다고 하시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어떻게 가방은 찾으셨는지,
무사히 귀국하셨는지는 궁금하지만
제 BBB역사상 가장 난감했던 통역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